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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1592 진주성

1592 진주성

by 만선생~ 2025. 4. 14.

 

 

 

정용연 작가님의 <1592 진주성>을 감상했습니다.

아침에 정용연 작가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책이 나와서 한 권을 주시겠노라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갔습니다.
이 작품에 저의 흔적이 있다는 말씀과 함께 건네주신 책에는 감사하게도 서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추천과 연결을 했을 뿐인지라 한 일이 없지만, 그래도 감사히 받아 들었습니다.
이야. 이걸로 저는 진주성을 또 한 번 가 봐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가 생겼습니다.
진주는 저에게 장사를 위해 수 차례 들렸던 곳인데,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지나치겠습니까?
어느 날엔가 장사를 마치고 밤 늦게 성에 들렀더랬어요.
조용해진 밤의 성 안에서 저는 임진왜란 당시의 풍경을 머리로 그렸더랬습니다.
진주성 하면 남강과 논개가 먼저 생각나기 쉽지만 사실 진주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될 인물이
충무공 김시민입니다.
네.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받은 또 한 명의 인물.
진주대첩을 이끌고 전사한 명장. 판관에서 목사로 임명될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또한 백성과
관이 힘을 합치게끔 할 만큼 덕을 보인 사람입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오래 살았던 천안에서 출생하여 묘하게 인연이 닿아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주성만이 아니라 천안에도 김시민 동상이 있지요.
바로 얼마 전에도 보았는데, 마치 이 책을 만날 예정이어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단순한 김시민 영웅담이 아닙니다.
작품 제목을 듣고 당연히 김시민의 1차 진주성 전투 이야기겠구나, 당연히 임진왜란 당시 수성전으로서
최초로 승리한 그 모습을 부각하겠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힘찬 캘리그래피(제가 만화 캘리그래피를
몇 편 했던지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에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어딜 봐도 김시민으로 보이는 인물이 없습니다.
하단을 장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휘관 복식이 아닌, 그야말로 백성들과 병졸들입니다.
그걸 보고 아뿔싸 했습니다.
그래 이거 정용연 작가님 작품이었지. 스토리를 고 권숯돌 작가님이 쓰셨다 하더라도 말이죠.
벌써 시간이 꽤 지난 작품입니다만, 전작인 <목호의 난>에서 정용연 작가님은 제주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던 원나라 목동들인 말 치는 오랑캐 목호들이 토벌당하는 모습을 토벌자 최영에 빗댄
'우리'의 영광스러운 승리로 그려내지 않았습니다.
제주의 민초들에게 시산혈해였던 목호의 난 진압 과정은 4.3과 해군기지로 연결되는 제주의
아픔에 빗대어 역사 속 풍경의 주인공이 영웅적인 누군가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죠.
<1592 진주성>을 읽으면서 그 때의 감각을 새삼 다시 일깨우게 됩니다.
중요한 건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에서 왕과 사대부가 도망간 나라를 지킨 것이 누구였냐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놓고 봤을 때 정용연 표 역사 만화가 어디에 시선을 맞출 것인지는 사실 명확하다 할 만합니다.
읽는 내내 표정 하나하나 생생하게 전달되는 건 누가 대단하다가 아니라,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싸웠다'라는 사실. 그렇기에 집단에는 지도자가 중요하지요.
우리는 지금 어느 쪽도 지도자로서 적합한 사람이 없는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백마 탄 초인을 기다려선 안 됩니다.
김시민 같이 염치를 지닌, 신뢰도를 보일 수 있는 행동가에게 힘을 실을 때 민중은 움직일 겁니다.
같은 임진왜란을 다룬 작품 중 <명량>과 <한산> <노량>이 각기 이순신의 맞수가 되는
인물을 관전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는데, <1592 진주성>은 김시민이 주인공이되 백성과 김시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게 제시되면서 적장과의 대척점이 크게 부각되진 않습니다.
영화에는 그런 구도가 꽤 필요하죠.
<황산벌>이 계백 대 김유신이란 전라도/경상도 사투리 대결이었듯. 혹 <1592 진주성>이
영상화된다면 이 점이 각색될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만, 우야든동 되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의미로는 토할 것 같았습니다. 아 진짜 토할 것 같습니다.
장면 하나하나 그리는 데 얼마나 진을 뺐을 지가 역력합니다.
전쟁 장르는 애초에 노동 강도가 엄청난 장르입니다.
설득력 있는 전쟁 장면을 구현하려면 인물도 무기도 장비도 끝갈 데 없이 그려대야 하죠.
그걸 복사해 붙이기 하나 없이 그리는 건 스케치업이 대세인 요즘 발상으로는 굳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한 '왜'를 보여주는 게 이 <1592 진주성>입니다.
모델링을 하나 해서 복사해 붙이는 것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작화의 압박감이 무엇인지
이 작품은 잘 보여줍니다.
진주성 답사를 통해 촘촘히 구현한 공간감에서부터 수만 명이 시체가 되어 쓰러져간 공간의
군중 연출은, 그저 보다가 토할 것 같단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니 오늘 아침에 작가님 앞에서 직접 그랬어요. 진짜 토할 것 같다고.
새삼 <목호의 난>에서 범섬을 에워싼 최영 부대의 배를 봤을 때의 그 압박감(실제 범섬을 코앞에서
구경하고 나면 더 실감 나는 규모)이 이 작품 앞에서는 되레 약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러분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언젠가 정용연 작가님의 작품에 캘리그래피를 맡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넌즈시 어필해
보는 바입니다.
 
202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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