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페이스북에 나만보기로 백업해 두었던 <<1592진주성>> 스토리.
권숯돌 작가가 썼다.
이걸 받아
콘티-> 데셍-> 펜터치->스캔후 글씨 얹기 ->채색 작업을 한다.
글작가 일이 2라면 그림작가는 8 혹은 9를 하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감독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권샘이 살아있었으면 이런 협업을 더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세상을 떠나 하고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역시 작업을 위해 스토리를
계속 써오고 있는데 잘 안되는게 대사다.
이상하게 맛이 안난다.
그에 비해 권샘 대사는 맛이 있다.
특히 사투리를 참 살려쓴다.
고향이 부산인 탓도 있겠지만 그 게 전부는 아니다.
<<의병장희순>>을 보면 강원도 말이 참 잘살아 있다.
들으니 유튜브로 강원도말을 듣고 썼다한다.
그에 비해 나는 고향이 전라북도 김제면서도 김제 말을 못쓴다.
<<백정동록개>>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서울 말을 쓰고 있다.
열두살 때까지 살았던 고향말을 살리지 못한다.
그런면에서 권샘은 언어감각이 나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
만약 만화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래 스토리와 출간돼 있는 <<1592 진주성>>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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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누란지세(累卵之勢)
주석
누란지세(累卵之勢); 달걀을 쌓아놓은 것 같이 매우 위태로움.
3화
페이지 1-2 부산 왜관
#1 부산포 전경
#2 텅빈 왜관 거리
#3 남장을 한 영덕이(18세. 영특해 보이는 눈매)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4 혼잣말을 하는 영덕
...희한하제, 왜관 거리가 우째 이리 조용하노?
#5 한 객사 앞에 서서 안을 기웃거려보는 영덕
#6 객사 앞을 한 조선 상인이 지나간다
#7 영덕이 그를 잡고 묻는다
...말 좀 물읍시대이. 여어 머물고 있던 왜인들 어데 갔심니꺼?
#8 가던 길을 멈춘 상인이 영덕을 힐끗 보며
...말도 마소. 뭔일 있는가 올해 봄부터 세견선이 한 척도 안들어온다카이.
페이지 3-7 영덕의 집
#1 뒷편으로 부산진성이 보이는 중인 마을
#2 영덕의 집 마당
#3 자신의 방에서 영덕이 남복을 벗고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있다.
#4 하급 무사인 영덕의 아비 장교위가 퇴근 복장으로 밖에서 인기척을 낸다
...영덕이 들어왔나?
#5 방안에 영덕 부녀가 마주보고 앉아있다.
#6 장교위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무란다
...위험하니까 왜관 댕기는 일은 고마하라고 아부지가 했나 안했나?
에미 없다고 오냐오냐 키웠더만 기집아가 왜놈 무서븐 줄 모르고...
#7 영덕이 걱정을 불식시키듯 명랑한 얼굴로 댓구한다.
걱정마이소. 안그래도 인쟈 왜말도 어지간히 익혔고 지도 그만둘라고 갔다아입니꺼.
그동안 신세진 거 인사나 할라고예.
#8 밝던 영덕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지며
그란데 아부지, 혹시 첨사 어른한테 뭐 들은거 없심니꺼?
#9 장교위가 의아한 얼굴로 영덕을 건너보며
...들은 거라이?
#10 영덕이 걱정스런 얼굴로
...쫌 이상해서예. 오늘 왜관에 갔더이 언제 다 돌아갔는지 객사가 텅텅 비어가지고.
#11 장교위 뭔가 짚이는 일이 있는 듯
.안그래도 첨사 어른도 그라시더라.
그래 빤질나게 드나들던 쓰시마 사람들이 올해는 세사미 받으러도 안온다고.
#12 영덕이 목소리를 낮추듯 아비에게 다가앉으며
...지나가다 만난 상인말로는 왜놈들이 전쟁 준비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카던데...
이라다가 진짜 왜놈들이 쳐들어오는 거 아입니꺼?
#13 장교위가 애써 대수롭지 않은 듯
...갸들이 깔짝깔짝 덤비고 들어온 게 어데 한두번이가? 이번에도 별 거 아일기다.
#14 영덕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분한 얼굴로
아부지, 지는 전쟁이 나든 말든 어메만은 꼭 찾을깁니더.
#15 장교위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니 마음 아부지도 안다. 기를 쓰고 남복까지 해가면서 왜말 배우러 다닌 것도 어마이 찾을라고
그랬다는 것도.
#16 영덕이 눈꼬리를 적시며
왜놈들한테 끌리간 지 벌써 다섯해가 넘어가는데 어데서 뭘 하시는지..
#17 회상 컷
부산 포구에서 왜구들에게 끌려가는 영덕의 어머니 민씨
#18 열세살의 어린 영덕이 어머니를 부르며 멀리서 달려온다
#19 영덕의 목소리를 듣고 발버둥치는 민씨
#20 민씨를 싣고 멀어져가는 왜구들의 배
페이지 8-12 일본 쓰시마
#1 쓰시마 섬 항구 부감도
조선 출병을 위해 모인 배들이 늘어서 있다.
#2 쓰시마 영주의 성
#3 성 뜰 안에는 출병 준비를 마친 군사들이 나열해 있다.
#4 성에 딸린 큰 부엌 안밖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유카타를 입은 여자들 속에 영덕의 어미 민씨가(30대 후반) 끼어있다.
#5 군사들이 먹을 음식을 대량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엌.
#6-10 여종들을 관리하는 여자 몇몇이 문틈 사이로 정비된 군열을 내다보며
소리 죽여 각자 자기 말들을 하고 있다.
여자1; 남정네들이 죄다 조선에 가버리면 여기도 쌩과부 천지구먼.
여자2; 쌩과부는 둘째치고 우리 쓰시마는 앞으로 뭘 먹고 산데?
여자 3; 그러게말야. 조선만 보고 살았는데 전쟁 터지면 장사고 뭐고 끝장 아니야.
여자4; 모르는 소리들 하고 있네. 공만 세우면 위에서 어련히 포상을 안할라고?
여자5; 아휴 맞네. 잘하면 우리도 조선에 가서 푸지게 농사짓고 살 수 있겠네
여자6; 조선만 가겠어? 명까지 뻗어 갈거라잖아.
#11 멀찌기 무릎을 꿇고 앉아 묵묵히 그릇들을 닦으며 관리급 여자들의 얘기를 살짝 엿듣는 민씨.
#12 자신이 끌려오던 날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13 회상컷
어머니 어머니 하고 소리치며 달려오다 넘어지는 열세살의 영덕
#14 기진한 몸으로 엉금엉금 기며 울부짖는다
...이놈들아 우리 어머니 내려놔!
#15 남이 볼세라 얼른 눈시울을 닦는 민씨
#16 다시 그릇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17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는 민씨.
...어쩌누. 이 일을 어쩌누. 이제 곧 조선 팔도가 불바다가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