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꺽정 생가 가는 길은 갈 곳이 마땅찮을 때 찾는 산책 코스다.
왕복 40분 정도 걸리는데 길이 완만해 걷기가 좋다.
어느 한 지점에선 멀리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이 겹겹으로 바라보이기도 한다.
숲은 깊지 않아 리기다 소나무와 신갈나무 일색이다.
간간이 진달래 산초나무 아까시 말발도리 병꽃나무 등을 볼 수 있다.
내리막길이었다.
쭈욱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휘청였다.
등산화 바닥을 보니 많이 닳아있다.
언젠가 눈 쌓인 영평천 금수정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있다.
바로 옆에는 뾰족한 나무가지가 있어 조금만 안쪽으로
미끄러졌다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신발밑창을 보니 많이 닳아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은 활동성을 높인다.
현대인은 말한 것도 없도 조선시대 사람들도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양반들이 신던 가죽신 혜鞋의 바닥면에는 구슬모양의
징을 여러 개 박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등산화.
안녕을 고할 시간이 다가오니 괜시리 슬퍼진다.
오랫동안 사용해온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
그래서 집에는 고장 나 쓰지 못하는 핸드폰과 카메라들이 고이 잘 모셔져 있다.
2018.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