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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흡연 여성

by 만선생~ 2025. 5. 6.
흡연 여성
 
1999년 일본 도쿄에 가 놀란 것이 있다.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거다.
도발적이고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보수적이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윤락녀가 유일했다.
담배를 피므로서 그녀들의 삶은 더 신산해 보였다.
한마디로 갈 곳없는 막장 인생을 상징하는게 담배였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담배를 많이 핀 또 하나의 부류가 있다.
운동권 여성이다.
투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남성들의 흡연문화에 젖어든 것이었다.
담배를 피는게 마치 진보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물 밖에서 담배를 필 생각은 못했다.
실내에서 숨어 피었다.
남녀 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치고는 그 태도가 자못 실망스러웠다.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흘렀다.
한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나는 길거리를 지나며 건물밖에서 담배 피는 여성을 자주 본다.
90년대 말 일본 도쿄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경이다.
그만큼 여성의 권익은 신장됐다.
이제 더 이상 숨어서 피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담배라는게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남녀 모두에게 해롭다.
해로운 걸 눈치 안보고 피는.
과연 여성의 권익이 신장된 것일까?
담배를 피지 않는 나는 담배 냄새가 역겹다.
담배를 피고온 남성의 입냄새는 견딜 수 없을 정도다.
같은 공간에 있기가 싫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피고 온 여성의 머리카락에선 니코틴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다.
맡고 싶지않은 냄새다.
8,90년대 운동권 여성들에게 흡연은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토론할 때 남성들과 똑같이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리하여 남녀평등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권 자체가 사라졌다.
설사 진보적 삶을 살고 있더라도 담배를 피는 건 아니리라.
돌아보면 내가 1992년 주간만화에 세번째 발표한 단편만화는 흡연여성을 소재로 하였다.
아이디어는 나름 괜찮은데 흡연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다.
그래서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책상 서랍 속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남자 건 여자 건 담배는 안피는 것이 좋다.
정 피고 싶다면 밖에 나와서 피는 게 좋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일정 부분 남녀 평등을 이루었다.
 
 
2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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