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남산에 다녀온뒤 책을 한 권 주문해 읽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다.
생육신 가운데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6년간 금오산에 머무르며 썼다는 그 소설이다.
금오산은 경주 남산의 다른이름으로 서울 남산의 다른 이름이 목멱산인 경우와 같다.
나는 소설을 읽기 전 금오산이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궁금했다.
결론은 전혀 상관없었다.
금오신화는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선했던 건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나 구운몽처럼 무대가 중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고전소설 상당수가
중국을 무대로 하고 있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그리고 왜구와 홍건적의 침략이란 역사적 사실이 명기돼 있었다.
만보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이들 사건의 피해자이다.
소설 속 여자들은 모두 적극적이었다.
먼저 남자를 유혹한다.
경제력도 있고 시문에도 능하다.
김시습이 살았던 조선초기 여성의 지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낮지 않았던 걸 증명한다.
하지만 소설은 당대 지식인들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었다.
소설의 3분의1은 시문인데 여기에서 인용하는 고사는 한결같이 중국이었다.
우리의 고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토록 중국 중심의 사고를 했기에 세종의 한글 창제가 말이 안되었던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우리의 고전이니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한계가 명확한 소설이다.
일단 재미가 없다.
두껍지도 않은데 한 달음에 읽지 못하고 여러번 책을
들었다놨다 하며 겨우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옛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그럼에도 이 땅에 태어나 발붙이고 살아간다면 한번 쯤 읽어볼 가치는 있다.
202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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