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2 전국

목포 유달산

by 만선생~ 2025. 6. 9.

 
 
 
군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88년 10월.
남도 여행 중 목포 유달산(228m)에 올랐다.
산은 낮았지만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정상에 오르자 목포시내와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나는 삼학도를 찾았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과 채호기 시인의 시에 나오던 섬.
하지만 삼학도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학상 사진 한 장 찍지?”
“아뇨”
아주머니 한 분이 플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를 권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날 밤 목포 시내의 한 여인숙에서 잠을 청한 뒤 이튿날 나는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삼학도가 어디인지 찾을 생각도 못하고.
2019년 5월
31년이 지나 다시 목포 유달산에 올랐다.
산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단단했지만 아름답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해양 케이블카의 전선이 눈앞을 가로막았고 정상엔 데크가 설치되어
눈이 어지러워웠다.
더구나 야경을 위해 설치된 헤드라이트는 인간의 이기심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는 장치 같아서 마음이 편치 읺았다.
저렇게 강한 빛을 비추면 이 곳에 사는 동식물은 잠을 청하지 못할 것 아닌가?
산은 산다워야 하고 밤은 밤다워야 한다.
야성이 사라진 산.
그럼에도 수많은 나무와 풀들이 유달산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며 자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나무는 노적봉 아래 폭나무들이다.
여자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들은 다산을 상징하는데 전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아낙네들이 이순신의 장군의 명을 받아 봉우리에 이엉을 덮고 있었다.
군량미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이곳을 염탐하러 온 왜군첩자가 있었는데
아낙네들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치마폭을 내리자 이에 정신이 팔린 왜군첩자가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다.
폭나무는 팽나무속 나무로 남부지방에 많이 자란다고 한다.
31년만에 오른 유달산이건만 나는 여전히 삼학도를 찾지 못했다.
65년 매립공사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보니 옛 사진 속에는 세 개의 섬이 한데 모여 떠 있었고
학과 얽힌 전설로 삼학도라 불렸다고 한다.
다음 목포에 내려갈 땐 비록 매립공사로 사라졌지만 섬을 찾아봐야지.
소풍 간 인천 월미도에서 월미도를 찾았지만
끝내 찾아지지 않았던 월미도의 슬픈 운명을 떠올리며.
*검색해보니 채호기 시인이 등단한 것이 88년 여름 창비를 통해서였다.
이십대 후반의 시인의 시를 읽으며 감동을 받았던 이십대 초반의 나.
생각하니 좀 낯설다. 
 
2029.6.5 

'산2 전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암사 가는 길에 바라본 울산 바위  (2) 2025.06.26
금강산 신선대에서 바라본 울산 바위  (0) 2025.06.26
설악산 공룡능선  (1) 2025.04.21
예산 가야산 석문봉  (1) 2025.03.08
해남 달마산  (0) 2025.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