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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동록개 추재기이 외

무엇을 그려야할지 모를 때

by 만선생~ 2025. 7. 5.

도대체 무엇을 그려야할지 모를 때 한 권의 책을 만났다.
"공포특급"이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괴담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작가 이름도 없다.
나이 서른에 초등학생이나 봄직한 책을 본다는 것에
자괴감이 들었지만 일단 책장을 넘겼다.
40가지가 넘는 이야기 중에 만화로 그릴만한 내용이 하나 있었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연습으로 한번 그려보자 했다.
어디 발표할 것도 아니지만 기왕이면 세련되게
그리고 싶어 "전영소녀" 란 일본 만화를 곁에 두고 틈틈히 보았다.
'아... 목아래 그림자는 이렇게 처리하는구나.'
하지만 아무리 잘 그리려해도 "전영소녀"같이
세련되게 그려지지 않았다.
여섯페이지밖에 안되는 작업인데 스크린톤을 붙이고나니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만화를 그려 먹고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만화를 포기했던 것이 아마도 저 무렵 아니었나 싶다.
그로부터 26년.
나는 다시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그림과 많이 다른 그 때의 그림을 본다.
나름 잘 그렸다.
당시 생활상을 나타내주는 삐삐같은 소품도 재밌다.
아마도 핸드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이었나보다.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빤듯빤듯한 자선이다.
어떻게 저렇게 그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저 능력이 퇴화돼 어쩌다 자선을 한번 그을려면 삐뚤삐뚤이다.
202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