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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심사평

by 만선생~ 2023. 12. 4.
사람들은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고대 길가메쉬 서사시부터 현재 각종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이를 입증하지요.
우리는 하루 중 적지않은 시간을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콘텐츠라 하더군요.
제가 볼 때 세상은 두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콘텐츠를 소비만 하다 생을 마칩니다.
생산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채 말입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작가입니다.
글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은 소설가,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감독,
글과 그림으로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만화가라 하지요.
2021년 제 14회 성남시 청소년 만화그리기 공모전에 참가한 여러분은 이제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된 것입니다.
어제 만들어낸 것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작가라 부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때 작가라고 합니다.
영예로운 호칭이 아닐 수 없지요.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 따릅니다.
하지만 벅찬 희열도 안겨다 줍니다.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것이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건 정말이지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거기다 경제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이제까지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
우린 그것을 창작이라 부릅니다.
소비자로 머물러선 절대 맛볼 수 없는 기쁨이지요.
심사위원으로서 여러분이 출품한 작품들을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십대라곤 믿기지 않을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작품을 심사한 적 있나요?
심사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원치않게 누군가를 떨어뜨려야 하니까요.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입니다.
솔직히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럼에도 우열을 가려야 하는 것이 심사하는 이의 숙명입니다.
심사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기뻐하고 누군가는 슬퍼할 것입니다.
혹 기대에 못미친 결과에 불만을 가질 이도 있겠습니다.
이해합니다.
나도 공모전에서 여러번 미끄러져봤으니까요.
삶은 생각보다 깁니다.
오늘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 내일 별 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늘 비록 기대에 못미쳐 실망했지만 내일 크게 웃을 수 있습니다.
향상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눈밝은 이들이 더 큰 무대로
이끌어 낼 것입니다.
수상한 이들에겐 축하를
수상하지 못한 이들에겐 위로의 말을 전하며 짧지 않은 심사평을 마칩니다.
2021년 12월 3일 만화가 정용연
내년엔 무슨말로 심사평을 써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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