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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예능

by 만선생~ 2023. 12. 6.
 
어쩌다 무한도전 1박 2일 삼시세끼 같은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깜짝 놀란다.
남들이 노는 걸 보며 재밌어 하는 내가 한심해서다.
우리는 스스로 놀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글피도 나를 대신해 누군가 놀아 준다.
남이 노는 것을 보며 자기가 놀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연예인은 카메라 앞에서 재밌게 놀수록 많은 돈을 번다.
연예인이 재밌게 놀도록 설계한 프로듀서 역시 많은 돈을 번다.
남이 노는 걸 통해 대리 만족하는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몇해 전 용돈벌이를 위해 무한도전 사진 전시회장에서
캐리커처를 한 적 있는데 참으로 기이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줄을 서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진을
관람하는 모습이 그렇게 낯설을 수 없었다.
머리가 굳어있는 나로선 연예인에 대한 팬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꺼려하는 일을 누가 대신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대중은 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3D 노동자들을 피한다.
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는 이들을 더 좋아하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자신이 3D 노동자이면서 말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 놀지 못하는가?
왜 남들이 노는 것을 통해 대리 만족해야만 하는가?
현대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
그닥 공감받을 수 없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면서도
예능프로그램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이들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2016.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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