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kakaocdn.net/dn/cRnEQQ/btsB6w9jSnO/QKDfTLv8n6DEpvgGQurK81/img.jpg)
청량리 오스카극장에서 헐리우드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보고 나온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주인공 참 잘생겼네.”
덴젤 워싱톤이란 배우를 알지 못하던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나는 느꼈다.
잘생긴 것은 세계 공통이구나라고.
어머니가 어느 날 막심고리끼의 소설 “어머니”를 읽다 말씀 하셨다.
“이제 어머니가 혁명의 대열에 동참하는 거니?”
그날 나는 어머니가 다시 보였다.
쉴새없이 잔소리만 하는 어머니와 다른 어머니가 내 앞에 앉아 계셨다.
언젠가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여자는 정조를 소중히 여기셔야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바람이 나 남편을 버리고 달아난 여자를 미워했고여자는 모름지기
가정을 소중히 여기셔야 한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재밌다고 하셨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남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은 중매결혼도 연애결혼도 아니었다.
우물가에서 어머니를 보고 첫눈에 반한 아버지가 중신아비를 내세워 결혼을 했으니
중매 반 연애 반이 맞다.
결혼 전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
신랑 될 사람이 극장에 가자고 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말이 없는 거다.
그저 집과 부대 사이를 왔다갔다 할 뿐.
여자의 마음을 몰랐던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
모르긴해도 그 때까지 아버지는 극장엘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을 거다.
대신 임방울 창을 좋아하셨는데 어머니는 창을 좋아하지 않았다.
60대 중반의 어머니는 아버지하고 더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아버지와 이혼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자식 누구도 어머니 말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고 어머니는 두 번 다시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다.
2017.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