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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2 전국

강진 수인산

by 만선생~ 2025. 9. 10.

 
 
안중찬 선생이 어린시절 불태워먹었다는 강진 수인산.
높지도 낮지도 않은 해발 561m의 산이다.
진입로를 몰라 헤매다 찾은 곳이 적벽청류다.
붉은바위에 푸르른 물이 흐르는 계곡.
시멘트로 뒤덮였던 곳을 최근 복원한 듯 했다.
이름처럼 근사하진 않지만 예전엔 퍽이나 아름다웠을 것 같다.
적벽청류 밑에서 공공근로를 하고있는 할머니들께 물어보았다.
"수인산 가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할머니들은 산을 한번도 안올랐는지 대충 저리 가란 말만 한다.
할머니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왔으나 가늠이 안된다.
들판 한가운데서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고 있었다.
드론 소리도 크거니와 농약을 뿌리는데 너무나
열중하고 있어 물어볼 수가 없었다.
동남아에서 시집온 것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셨으나 알 것 같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곧이어 트럭을 운전중인 아저씨를 만났다.
저리로 가면 홈골제란 저수지가 나오고 그 위로 가면 수인사란 절이 나오는데 그 곳이
등산로 입구라 한다.
아저씨 말대로 홈골제란 인공저수지에 차를 주차한뒤 수인사란 절에 들렀다.
비구니 스님이 거처하시는 작은 절이었다.
절에 들어가니 마침 상수도가 고장나 공사중이었다.
인부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뿌레카로 시멘트를 깨부수고 있었다.
덕분에 고즈넉할 산사는 기계소리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소음 사이로 인사를 나눈 비구니 스님은 창고에서 부지런히 무언가를 날랐다.
몸을 바삐 움직였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단 생각을 하였다.
속세나 절이나 살림을 살아가기 위해선 불가피한 것이 바로 일이다.
중이라 해서 마냥 불도만 닦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큰 절에선 이판과 사판으로 살림살이에 힘쓰는 일과 경전을 외우며 도를 행하는
일을 나누었다.
만약 스님께 살림살이가 참 번거롭지 않냐고 물어보면 일상을 살아기 위한 그 일조차 수행이라
말할 것이다.
모르긴해도 그리 대답하실 것 같다.
등산로는 사람이 잘다니지 않는지 풀들이 무성했다.
팔부능선을 올랐을 때는 풀들이 허벅지까지 자라 등산로가 보이지 않았다.
풀들을 헤치고 나가는게 고역이다.
수인산은 전라병영성의 배후 산성이다.
비상시 수인산성에 올라 적과 대적하도록 되어있다.
산아래 전라도를 관장하는 총사령부가 있었던만큼 성이 제법 컸을테지만 성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풀섶사이로 드문드문 이끼낀 성벽이 보였다.
기와 파편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강진과 장흥에서 예산을 들여 성을 복원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진땀을 뺀 뒤에 오른 수인산 정상.
봉수대가 있었다는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산너머 산이고 그 너머도 산이었다.
누군가 산 이름을 알려주면 좋을텐데 정상에 오르는 동안 등산객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다람쥐와 꿩들만 보았을 뿐이다.
내려올 때 역시 등산객은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길을 잃어 한 참을 산 속에서 해매었다.
바지가 땀에 절어 찌지직하며 찢어졌다.
손가락은 나무가시에 찔려 피가났다.
물도 떨어져 갈증이 났다.
어찌어찌 산등성이를 한바퀴 돌고나니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옷을 벗고 계곡물에 들어가 몸을 담갔다.
계곡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렇게 한참을 계곡물 속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산에서 내려오니 안중찬선생의 할아버님 산소가 있었다는 홈골제란 저수지다.
저수지가 들어서는 바람에 산소를 옮겨야만 했단다.
우리 아버지 고향인 장성군 용궁면의 임실안고랑도 장성댐이 들어서는 바람에 그 곳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했다.
난데없이 실향민이 된 것이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자신의 고향인 임실안고랑을 퍽이나 그리워했다.
그래서 장성에 내려가면 어김없이 장성댐에서 물고기를 사와 매운탕을 끓였다.
난 비린내가 싫어 탕을 먹지 않았다.

202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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