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 1
어제 월출산 구정봉(710m)에서 360도로 찍은 동영상.
고생끝에 오른 보람이 있다.
이 맛에 산을 오른다.
산행에 나선 이상 어떤 일이 있어도 정상에 오르는 이유다.
정상을 밟지않으면 산에 오른 것 같지가 않다.
구정봉은 정상인 천왕봉과 비견된다.
같은 월출산이지만 권역이 다르다.
북한산 백운대와 보현봉같은 관계랄까?
구정봉에 오르는 길은 두가지다.
도갑사 코스와 대동제 코스다.
심규한 선생님이 알려주신 바에 따라 대동제코스를 선택했다.
대동제 주차장에서 구정봉까지의 거리는 3.5km.
용왕사지 삼층석탑과 마애여래좌상을 지나 구정봉에 이른다.
오후 2시 50분 쯤 출발해 6시 조금 못미처 도착했으니 세시간 쯤 걸린 셈이다.
과체중으로 몸이 무거운데다 완상을 하며 오르기 때문에 일반 성인 남자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용왕사 삼층석탑과 마애여래좌상 앞에선 한동안 머무르며 사진을 찎었다.
내게 속도는 의미가 없다.
천천히 오르며 식생을 관찰하고 문화유산을 감상한다.
대동제 코스는 잘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산을 오르는동안 마주친 사람이 하나도 없다.
구정봉에서도 혼자였다.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북한산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심규한 선생님 말로는 대동제 코스가 열린 건 2년 전이란다.
아마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묶여 출입이 통제됐던 게 아닌가 싶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게 더 힘들다.
산을 오르는데 체력을 많이 소진한데다 체중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 간다.
더구나 나같은 사람은 정상체중의 10kg이상을 짊어지고 가는 것과 같다.
거기다 야간산행이라면 부담이 더하다.
핸드폰도 배터리가 다해 지팡이에 의지해 밤길을 걸어야 했다.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비슨이 쓴 소설 <보물섬>에 나오는 검은개가 생각났다.
장님인 그는 오로지 지팡이에 의지해 생활해야 했다.
주인공 짐호킨스 어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 나타난 그.
보물을 찾기위해 혈안이 된 그는 말발굽에 밟혀죽는다.
인간이 얻는 정보의 80%는 시각에 의한 것이라 한다.
시각을 잃으면 활동의 엄청난 제약을 받는다.
한발 앞에 있는 위험요소를 감지하기 힘들다.
그런면에서 맹인무사 자토이치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 생각한다.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볼 뿐이다.
시각정보를 100%잃은 것은 아니지만 어둠속에서 산길을 내려가는 건 여간 힘든게 아니다.
길이 끝도 없다.
지칠대로 지쳐있지만 그럼에도 내려가야한다.
문명의 불빛이 그립다.
끝났나싶으면 또다시 이어지는 길.
그럼에도 걷고 또 걸으니 출발지점인 대동제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시계를 보니 8시30분.
두시간 반만에 내려왔다.
20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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