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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 전라남도

나주 쌍계정

by 만선생~ 2025. 9. 24.

 

 
 
 
나주 쌍계정雙溪停
패키지가 아닌 한국을 좀 더 길게 여행한 외국인이라면 한국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또오를까?
경복궁 창덕궁 종묘같은 궁궐?
아니면 왁자지껄한 남대문 시장이나 방산시장?
북촌 마을과 인사동?
모르긴 해도 서울이 아닌 지방을 좀 다녀본 이들이라면 정자나 누각을
떠올릴 것 같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풍광이 좋은 곳엔 어김없이 정자와 누각이 들어서
있으니 말이다.
정자와 누각은 지배계급인 양반들 전유물이었다.
피지배계급인 서민들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설령 정자에 올라도 술과 음식을 갖추지 못하니 놀지를 못하였다.
문자를 몰라 시를 지을 수도 없었다.
양반, 그 것도 남성들만이 향유하던 정자 문화!
하지만 신분제도가 무너지고 근대 사회로 넘어오며 정자문화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민초들의 놀이 공간으로 변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었다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나같은 도시빈민이 어찌
정자와 누각에 오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언감생심 꿈도 못꿀 일이다.
나주 쌍계정은 노아면 금안리에 있다.
금안리는 호남 3대 명촌으로 수많은 인물들이 배출되었고 우리 나주 정씨 시조인
설재 정가신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쌍계정을 세운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설재다.
쌍계정은 여느 정자와 달리 맞배지붕 형식을 하고 있다.
현판은 석봉 한호가 썼다고 한다.
과연 글씨가 유려하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르자 우리집 거실에도 걸려있는 시가 눈에 들어온다.
원나라 수도 대도에서 고향을 그리워 하며 썼던 시다.
海東南有錦城山(해동남유금성산)
해동(고려) 남쪽엔 금성산이 있고
山下吾廬草數間(산하오려초수간)
그 산 밑에 내가 살던 초가삼간 있네
巷柳園桃親手種(항유원도친수종)
골목과 뒤안의 버들과 복숭아는 내가 친히 심었으니
春來應待主人還춘래응대주인환
봄이 오면 응당 주인 오기를 기다리겠지
플라스틱과 나무는 상극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뒷편에서 보게되는 플라스틱 사다리는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가졌던 감흥을 일순 사라지게 한다.
오래된 절들과 집에서 보게되는 플라스틱 대야와 호스들도 마찬가지다.
여기 쌍계정에서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대한 물통을 보게 되었다.
쌍계정은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금성산에서 흘러나온 두 개의 물줄기가
합져진 곳에 세운 정자다.
그런데 물줄기가 안보인다.
상류에 저수지들이 들어서면서 수량이 줄고 농사를 위해 물줄기를 바꾼 탓이었다.
옛사람들이 느꼈을 아취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다만 정자 앞과 뒤로 수백년동안 자란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그나마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202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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