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방송을 보면서 불현듯 똘이장군이 생각났다.
197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말이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북녘 땅에 잠입한 똘이.
똘이는 친구들과 함께 주민들을 괴롭히던 늑대인간을
모두 물리치고 마침내 수령이 산다는 궁전으로 향한다.
궁전엔 거대한 돼지 한 마리가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막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 이 원수 꼼짝마라”
돼지는 갑자기 들이닥친 똘이 일행에 깜짝 놀랐다.
주위를 살펴봤지만 자기를 지켜주던 늑대 인간들은
모두 쓰러져 있거나 도망가고 없었다.
살아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돼지는 가면과 망토를 벗어던지고 부랴부랴 달아났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공포로 북녘땅을 지배하던 돼지가 실상은 아주 작았던 것이다.
꿀꿀꿀...
30년이 지난 지금도 난 꿀꿀거리며 도망가던 돼지가 또렷이 기억난다.
애니메이션을 본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 돼지가 다름 아닌 북한 김일성임을.
5.16에 이어 유신으로 헌정을 다시 한번 파괴한 박정희는 어린 아이들을
이용하면서까지 종신토록 권력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에게 반공은 종신 대통령의 꿈을 가능케 해주는 요술램프였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79년 부하의 총에 맞고 죽었지만 그 꿈이 꺾인 것은 아니었다.
30여년 뒤 자신의 딸 박근혜가 권력을 승계했으니 말이다.
박근혜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반공을 내세워 국가를 통치했다.
끊임없이 종북을 외쳤다.
사건을 조작해 정당을 해산시키는 가하면 개성공단을 철수하고 대결구도를
심화시켜 긴장을 유발했다.
반공이야말로 아버지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 주는
요술램프였던 것이다.
박근혜에게 빨간 망토를 두른 돼지는 북한의 김정은이었다.
나 역시 박근혜와 견해를 같이 한다.
독재자 한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가 정상일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최순실 사과 방송을 보면서 남에도 북과 똑같이
남에도 빨간 망토를 두른 돼지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밖으로 드러난 형상은 박근혜이되 안에서 조종하고 있는 실재 주인이 최순실임을...
똘이장군 속에서 도망간 돼지가 잡혔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분명한 건 2016년 대한민국을 농락한 최순실을 반드시
잡아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충실한 아바타 박근혜 역시.
그래야 박근혜를 찎은 51.6%의 사람들이 조금은 덜 부끄럽다.
만약 그냥 어물쩡 넘어가면 나라도 아니다.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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