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오래된 만화가 선생님께서 카톡으로 시 한 편을 보내주셨다.
노동의 새벽으로 유명한 박노해 시다.
시를 잘안읽는 이유는 대부분의 시어들이 알기 힘든 상징과 은유 때문인데
박노해는 평상의 언어로 시를 쓴다.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내용이 공감간다.
어릴 때 시골에선 나도 문풍지 우는 소리 많이 들었다.
안양에 살 땐 자고일어나면 창이 얼음으로 가득했다.
거지들은 어떻게 살지 산짐승들은 얼어죽지 않을지 걱정됐다.
웃묵에 살얼음 어는 건 보지 못했지만 추위를 뼈속깊이 느꼈다.
지금은 추위를 모르고 겨울을 나지만 어린시절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서-
20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