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게 돈이란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았다.
돈은 돌고도니 집착하지 말란 뜻이다.
돈 몇푼에 째째하게 굴지말고 통크게 살란 말이기도 하다.
경험에 의하면 이 말은 틀렸다.
돈은 한번 없게되면 계속 없더라.
행여 생기겠지 했지만 역시나였다.
친구들 꼬임에 넘어가 몇푼 생긴 돈을 유흥으로 쓴 적이 있다.
결과는 참혹했다.
그 돈을 메꾸느라 엄청 고생 했다.
결과적으론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벌이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돈은 정말 없다가 있는게 절대 아니었다.
저 말이 힘을 얻는 곳은 따로 있었다.
돈이 돌고도는 곳.
시대적으론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8.90년대가 이에 속한다.
이 시기엔 만화판도 돈이 돌고 돌았다.
특히 대본소는 돈이 넘쳤다.
대본소 만화판에서 일하는 수많은 작가와 문하생들이 가불이란 이름으로
돈을 당겨썼다.
한 유명작가는 자기 일만 해달란 조건으로 데셍맨에게 집 한 채를
사주었다고도 한다.
통이 커도 아주 크다.
다수의 만화인들이 마감이 끝나면 유흥으로 하룻밤 사이 돈을 쓰곤 했다.
그래도 되었다.
어차피 돈은 다시 벌릴테니까.
정말이지 호시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시스템 속에 속하지 않은 내겐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곁불조차 쬔일이 없다.
지지리 궁상으로 살았단 이야기다.
호시절 그 시스템 속에서 특수를 누렸던 만화인들 대부분 활동을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쪼들린다.
그 시절이 계속 갈 줄알고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단 말은 일면 맞고 일면 틀리다.
투자의 개념으로 쓸 줄 알아야도 하지만 허리끈을 졸라 맬줄도 알아야한다.
나같은 프리랜서는 고정수입이 없다.
고정수입이 없다는 엄청난 불안요소다.
그래서 행여 운이 트여 돈이 좀 들어오면 단단히 움켜쥔뒤 미래를
대비해야한다.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나아가 작품생활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 말이다.
있다간 없고 없다가도 있는게 돈이란 말을 가려서 들어야하는 이유다.
20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