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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외할머니 산소

by 만선생~ 2023. 12. 21.
 
 
 
 
 
김제 황산의 아버지 산소와 김제 농원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를 찾았다.
아버지 산소는 형제들이 자주 찾는데 반해 외조부모의 산소는 찾질않는다.
외조부모 이야기를 팔아 만화가로서 티끌만큼의 이름을 얻은 나라도 찾을 수밖에.
그러고보니 저 책들이 나올 때 외조부모의 산소는 찾질 않았었구나.
이태 전 이장을 하며 유골을 수습했는데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외조부모의 뼈는
잘게 부서져 형체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외할마니 유골에서 금니가 나와 내가 수습하였다.
무신론자로서 사후세계를 믿지않지만 그럼에도 두분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빌었다.
조상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것은 한국인의 오랜 관습 아니던가!
아버지 산소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아니다.
큰형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부랴부랴 김제로 내려와 땅을 샀다.
풍수지리를 신봉하는 형으로선 아버지를 반드시 길지에 뭍어야했다.
솔직히 아버지를 위해서라기보다 후세발복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
21세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풍수지리에 대한 형의 믿음은
강고해 매장 외 다른 선택은 없었다.
덕분에 우리형제들은 조카들과 때마다 아버지 산소에 와 씨름도 하고 달리기도
하며 논다.
아버지가 돌아신뒤부터 심기 시작한 나무는 제법 자라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어머니를 비롯해 우리 형제들은 이곳에 뭍힐 것이다.
난 모르겠다.
죽은 뒤에까지 가족들과 함께 뭍혀야하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팽나무나 회화나무를 심을까?
그래서 죽으면 그 아래 뭍어달라 할까?
어차피 죽으면 혼백은 흩어지고 육신은 썩어 문드러질테지만 기왕이면
나무와 함께 하는게 좋지않나싶다.
 
20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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