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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앞으로 얼마나 더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by 만선생~ 2023. 12. 22.
 
 
입주자대표회의를 마치고 돌아와 동갑내기 친구와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주로 학교 수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는 10년 째 학교 수업을 나가고 있다.
몇 년에 한 번꼴로 책도 내지만 수입의 대부분은 학교
수업을 통해 올리고 있어 친구로선 아주 중요한 일이다.
친구는 어쩌다 수업을 나가는 작가들과 만나면 말이 많아지곤 했다.
그렇잖아도 수다스러운데 더 수다스러웠다.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공감하며 박수를 치곤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있으면 외토리가 되었다.
섬처럼 떨어져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수업을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작업 얘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수업이야기만 해대니 화가 났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만 좀 하란 말야. 지겹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화제를 돌릴 방법이 없었다.
엄청나게 센세이션한 이야기를 꺼내들지 않는 한 그들은 내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학교수업에 나가는 것을 고마워했다.
수업을 나간 뒤에야 비로소 사람노릇을 할 수 있었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고 친구인 나를 만나면
밥값을 계산했다.
필리핀 세부에 가서 해양잠수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러던 친구가 이 삼년 전부터는 학교수업을 때려치고 싶단 이야기를
종종 하는 것이었다.
수업 중 쌍욕이 나오고 책상을 걷어차기도 했다고 한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수업을 마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리로만 이해할 뿐
크게 공감하진 않았다.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세상 일은 직접 겪어봐야 안다고들 한다.
난 수업에 며칠 나가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간 친구가 했던 하소연이 절절히 와 닿았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간 네 말을 허투로 들어서...
친구에게 대학에 10시간 동안 강의를 나가게 됐다는 말을 하니 대학에 나가
강의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부러워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릴레이 만화를 그리게 됐다는 말을 하니 더 부러워했다.
사실 평창 올림픽 만화는 부담이다.
평창 올림픽은 개최해선 안되는 거였다.
가리왕산의 아름다운 숲을 밀어내고 스키활공장을 만드는 건 말이 안됐다.
거기다 재정적자가 뻔히 예상되는데 강원도는 장미빛 환상을 내세우며 밀어부쳤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지난 정권이 싸지른 똥을 현 정권이 치워야한다.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이런 고민을 만화 속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나에게도 풀기 힘든 숙제가 하나 남은 셈이다.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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