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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강원도 여행

by 만선생~ 2024. 1. 1.
한해가 가기 전 이 나라 산천을 돌아보고 싶어 4박 5일 동안 강원도 여행을 했다.
인제 내린천에서 진부령 넘어 간성 통일전망대, 화진포,
초항, 거진항, 송지호, 속초 영금정, 양양낙산사. 강릉 경포대,
강릉관아를 돌아보고 다시 내륙으로 들어와 화천 일대의 북한강을 돌아보았다.
간성 모텔에서 이틀 밤, 강릉에 사는 후배 희성이네 집에서
하룻 밤 춘천 하나의원 성진이형네 입원실에 하룻밤을 잔 여정이다.
꼬막을 사준 희성이가 고맙고 참치회를 사준 성진형도 너무 고맙다.

여행길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는 것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지인을 만나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낯선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살아온 내력을
듣다보면 인생극장 한 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간성에서 모텔과 목욕탕을 함께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나이 80이 넘었는데 자기 삶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충북이 고향인데 군대에서 배운 운전 실력을 바탕으로 58년 친지가 자리잡고 있는
간성으로 와 트럭운전과 택시운전을 했다.
운전을 해 모은 돈으로 79년 목욕탕을 열었고 2016년 12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2남 6녀를 모두 대학에 보냈다는 것 그리고 80이
넘은 지금도 현역이란 것.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운도 적잖게 따른 인생이었다.
자동차가 희귀한 시절에 군대에서 운전을 배웠다는 것!
이로 인해 자기 밥벌이는 물론 식구들을 부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주위에 있는 목욕탕들이 다 망했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성실함이었다.
기계가 고장나면 본인이 직접 고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구들이 나와 도우니 따로
돈 새나갈 일이 없다.
사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조금 불편했다.
틀이를 해 발음이 새는 것이다.
근래 건강이 안좋아졌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암튼 뜻하지 않게 듣게 된 인생 이야기였다.

두번째 인생극장은 화천 평화의 댐으로 가는 아홉아홉 구비길 정상의 작은 찻집 아줌마였다.
나이가 환갑이라는 아줌마는 묻지도 않았는데 살아온 내력을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 한다.
듣고보니 참으로 억척이고 참으로 효녀다.
동생과 조카들에게도 그렇게 잘 할 수가 없다.
이런 누나가 있다면 참 편할 거란 생각도 했다.
다음 화천가는 길이 있다면 다시 한 번 들러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다.

강원도는 높은 산들과 동해 바다가 있어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그런데 이곳 역시 토건세력과 공무원들의 유착을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가는 곳마다 철근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쳐발라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특히 화천 평화의 댐은 엄청난 환경파괴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85년이었나?
북한의 금강산댐 개발로 서울이 온통 물에 잠기게 될 거란 방송을 듣고 공포에 떨었다.
나 역시 평화의 댐 건설 모금에 돈을 냈다.
결국 거대한 사기극으로 밝혀졌지만 평화의 댐은 건설됐다.
댐에 직접 와보니 그렇게 많은 물을 가둘 공간도 없거니와 조형물들이 너무나 조악해서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독재정권은 사람뿐 아니라 자연에게도 재앙이다.
근래 이명박이 추진한 4대강 사업 역시 엄청난 사기였다.
그런 사람을 집값이 올라갈 거란 기대로 뽑아준 국민들이 원망스럽지만 이미 엎어진 물.
이제라도 그런 사기꾼에게 속지 않아야 할텐데 대중은 언제라도 속을 준비가 돼있으니 걱정이다.

4박 5일. 언듯 긴 것 같지만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제대로 돌아보기엔 일주일도 모자라고 열흘도 모자란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현실...
돈도 안되는 작업들만 기다리고 있구나.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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