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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웃집 토토로를 다시 보며

by 만선생~ 2023. 10. 23.

이웃집 토토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 <<이웃집 토토로>>를 10년 만에 다시 보았다.
애니를 보며 예전에 느꼈던 감동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그닥 재밌단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럼에도 감동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애니에 묘사된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저와 같은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면 정말이지 행복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연이 마냥 저리 따뜻하고 좋기만할까 싶었다.
내게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다.
바라보면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인간이 창조해낸 그 어떤 예술작품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자연을 볼모 삼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에 분노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4대강 공사를 강행한 이명박이다.
그 이명박을 사면해준 윤석열에 대한 분노는 말할 것도 없다.
정말이지 이들이 죽어 지옥 불구덩이에서 영원히 고통받기를 간절히 빈다.
자연은 얼굴이 두 개다.
아름다운 얼굴 너머 흉폭한 얼굴이 있다.
그러하기에 인류는 자연을 두려워했다.
천둥번개가 내리치면 숨기에 바빴다.
하늘이 노한 것으로 생각했다.
태풍으로 애써 지은 집이 날라가버리고 홍수로 제방이 무너져 농경지가 물에 잠긴다.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다.
특히 야생동물은 인간과 결코 가까이 지낼 수 없다.
배고픈 늑대와 호랑이는 가축을 노리고 여의치 않으면 사람을 노린다.
맹금류는 인간이 키우는 동물을 잡아먹는다.
위협을 느낀 뱀은 독을 내뿜는다.
상상 속 동물이지만 토토로 또한 무엇인가를 먹어야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생김새를 보건대 영락없는 육식동물이다.
인간을 먹이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애니 속 토토로는 인간에 대한 선의로 가득차 있다.
등장인물도 나쁜 사람이 없다.
인간이라면 빠져들기 쉬운 시기 질투의 감정도 애니 속에선 전혀 등장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애니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장르가 아무리 판타지라 하더라도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것이다.
이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다만 교육을 통해 그 같은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며 법과 제도로
범죄를 막을 뿐이다.
놀라운 건 88년 개봉한 작품인데도 퀄리티가 완벽했다.
어떻게 이 정도 작품을 만들어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우리에게 식민지배의 아픈 상처를 남긴 나라!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나라!
반성하지 않는 나라!
그래서 늘 경계를 게을 리 할 수 없게 만드는 나라 일본!
토토로는 그들의 문화 경쟁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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