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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라테라이트

by 만선생~ 2023. 10. 23.

 

라테라이트
경상도 사람에게 전라도에 와 가장 인상적인게 뭐냐 물었더니 붉은흙이라고 대답했다.
전라도 출신인 나 역시 전라도에 내려가면 땅이 참 붉다란 걸 느낀다.
특히 봄날 농사를 위해 땅을 갈아엎을 때가 그렇다.
붉은 흙을 상징하는 역사적 장소는 정읍의 황토현이다.
갑오년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맞서 처음으로 이겼던 고개다.
이후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무장 흥덕 고창 순창 장성 관아를 점령하고 나주와 운봉을 제외한
전라도 모든 지역을 차지한다.
그리고 고을마다 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설치한다.
혁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3.1만세운동의 밑거름이 되었고 그 정신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진다.
한 때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김지하의 시집
"황토 "또한 이런 역사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나는 붉은흙을 말할 때마다 흙의 성분을 일컫는 말을 꺼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도무지 생각이 안났다.
라... 라... 뭐더라?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닌데 근처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 1983년 뿌리깊은나무에서 발간한 "한국의 발견 전라북도" 편을 보게 되었다.
그토록 머리속에서 맴돌던 말이 나왔다.
라테라이트다.
전라도 서부 평야지대 흙에 철분과 알미늄성분이 많아 이들이 산화되어 붉은색을 띄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생대 4기의 간빙기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기질이 부족해 퇴비를 충분히 주어야 한단다.
"라미네이팅 돼있는 종이는 싫어요.
발색은 좋지만 눈이 피곤해서...또 무겁기도 하고. "
반짝반짝 코팅돼 있는 종이를 라미네이팅 돼있다고 한다.
출판 편집자 앞에서 이 말을 자연스레 쓰고 있는 스스로가 놀라웠다.
그에 반해 라테라이트란 말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기억을 믿지못하는 나는 펜을 들어 메모장에 적었다.
라테라이트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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