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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기억력

by 만선생~ 2024. 3. 22.

기억력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란 나무가 있다.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식물, 그러니까 공룡시대 자랐던 나무다.
친척 여동생으로부터 이 나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참 낯설었다.
그리스어 메타와 인디언말 세콰이어를 합친 말이라는데 아무리
외우려해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돌아서면 바로 까먹고 말았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잊기를 잘하니 나의 지능이 의심스러웠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던 것도 환경 탓이라기보다 지능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라도에 가면 흙이 붉다.
1894년 동학농민군은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과 맞서 크게 승리하였고 이후
동학농민혁명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김지하 시인의 황토란 시집도 인상깊다.
그 붉은 흙을 라테라이트laterite 라 한다.
흙이 붉은 빛을 띄는 것은 흙속에 산화철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란다.
문제는 기억력이다.
라테라이트란 말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렸다.
붕어가 돌아서자 마자 낚시바늘을 무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 뭐지? 라... 라...
언젠가 동료작가와 더불어 전라도를 여행하며 라테라이트에 대해 말하였다.
동료작가는 라테라이트란 말을 처음 듣는지 '나때는 말야' 라며 말을 되받았다.
커피 이름같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일본 효고(兵庫)현엔 다카라츠카(寶塚)란 도시가 있다.
다카라츠카 예술단이 있어 유명한 도시인데 누군가 보내준 자료에 이 도시
이름이 빈번히 나오는 것이다.
헌데 이 이름 또한 돌아버리면 바로 잊어버렸다.
다... 뭐라 했더라?
일본어인데 일본어 같지 않아 외워지지가 않았다.
생각하니 츠카란 말이 익숙했다.
일본 만화의 신 데츠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츠카와 같은 한자였다.
다카라츠카를 한자말로 하면 보총 寶塚이고 데즈카오사무의 성인
테즈카를 한자로 하면 수총手塚이었다.
더하여 다카라寶는 보물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보물이 묻혀있는 곳이어서 다카라츠카 たから塚라 했던 것일까?
아무튼 기억력이 없어 바로바로 잊어버리는 말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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