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

학습만화 시장의 몰락

by 만선생~ 2024. 4. 4.
 
2000년대 초반.
잡지만화시장이 붕괴되고 학습만화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연재만화를 그리던 작가들도 너나없이 학습만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필두로 밀리언셀러가
심심찮게 나왔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만부에 대한 선인세를 지급하며 일을 진행했다.
최소 만부가 팔린다는 가정하에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몇몇 인기작가를 제외하고 만화가들의 형편이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인건비는 빠졌다.
둘러보면 학습만화를 그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에게도 학습만화 의뢰가 들어왔다.
제법 큰 프로젝트라 몪돈을 만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헛된 꿈이었다.
기획자가 양다리를 걸치며 나와 다른 다른작가를 저울질 하다 다른작가에게 의뢰
한 것이다.
사정이 이만저만해서 계약을 못하게 됐다
말해주면 좋으련만 아무연락도 없었다.
그 뒤로 학습만화 쪽엔 눈길을 주지않았다.
의뢰도 없었다.
기획물을 그리는 작가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잡지만화와 마찬가지로 학습만화시장 또한 죽어가고 있었다.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웹툰이었다.
나는 항상 변방이었다.
잡지만화도 학습만화도 웹툰도 못한 채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
왜 웹툰을 안하느냐 묻는사람들이 있다.
대답이 궁하다.
솔직히 할 이야기가 없다.
남들처럼 이야기꺼리가 샘솟듯 솟아나지 않는다.
남들처럼 빨리 빨리 그려낼 자신도 없고 밤새서 작업할 체력도 안된다 .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의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일전에 들으니 학습만화 선인세 계약금이 2~3천부 수준이라고 한다.
강도높은 노동을 통해 약간의 인건비를 건지는 수준이다.
대박이라도 나면 좋을텐데 요즘 세상에 출판만화로 대박을 기대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최근에 낸 목호의난은 통상 찍는 학습만화보다 훨씬 적은
부수를 찍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쓰다보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오늘도 그렇다.
밥먹고 작업이나 해야겠다.
 
2019.3.4 

'만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례식장에서 후배와 나눈 대화  (0) 2024.04.15
고유성 로보트킹  (0) 2024.04.13
이희재 '나 어릴 적에'  (0) 2024.03.29
일본 만화가 나가야스 타쿠미(ながやす巧)  (1) 2024.03.29
야와라  (0) 202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