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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장례식장에서 후배와 나눈 대화

by 만선생~ 2024. 4. 15.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 갔는데 조문을 온 한 후배가 그런다.
"영길이가 그러는데 형 잘 나간다며?"
"내가? 글쎄. 근근이 밥먹고 살아가는 정도지.
그게 잘 나가는 건가?
아... 얼마 전 책이 나오긴 했다."
"책이 나왔는가?"
"응. 그래 말나온 김에 한 권 사주라"
"아이고. 내가 인터넷으로 사는 방법을 몰라서...
한 번도 안사봤 거든.
이 참에 한 번 사볼라요"
후배의 말에 한 숨이 나왔다.
술 먹을 돈은 있었어도 책 살 돈은 없었구나.
그러니 나이 50이 넘어서도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없는게지.
40대 중반에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던 처지를 잊고 후배에게
한 마디 하고야 만다.
"책사는데 돈 아까워하면 안돼.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게 책이거든.
난 아무리 어려워도 한달에 10만원 이상은 산다.
많이 사면 20만원이 넘고"
"그런가? 그럼 만화책을 사는가?"
"만화책도 사고 역사책도 사고 소설책도 사고.
땡기는 게 있으면 인터넷 서점서 바로 바로 사지.
만화책은 자극을 받으려고 사고."
후배는 지속적으로 책을 산다는 행위가 꽤나 놀라웠나 보다.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행위가 후배에겐 이상 행위로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가 책을 보는 것 같지도 않다.
후배가 말하긴 자기도 책을 한 권 내 볼 거란다.
이제 그런 생각이 든단다.
"그래?"
난 후배의 결심을 미심쩍어 하면서도 한편으로 응원의 말을 건네었다.
"나도 했는데 너라고 못하겠냐.
꼭 책을 내라. 아니면 웹상에 자기 이름으로 된 작품을 하나 올리던지.
눈에 보이는게 있어야 작가로 인정받을 거 아니냐."
세상이 그렇듯 창작의 세계도 그렇다.
위를 바라보면 한도 끝도 없고 아래를 바라보면 나보다 못한 이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위만 바라보면 목이 삐고 아래만 바라보면 발전이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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