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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고유성 로보트킹

by 만선생~ 2024. 4. 13.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이웃마을 하랭이에 같은 반 친구 정식네 집에 갔더니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와 별책부록이 있었다.
교과서 외엔 책이란 걸 거의 본적이 없는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별책부록에 실린 로보트킹이란 만화는 눈을 뗄레야 뗄 수 없었다.
이제까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검은 색 로보트가
페이지마다 가득하였다.
세상에 세상에...
나는 별책부록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로보트를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했다.
차마 빌려달란 말을 못하였다.
그렇게 정식이네 집을 나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2014년 최고봉이란 캐릭터로 월간 잡지 보물섬에 작품을 오래동안
연재하셨던 김영하 선생이 돌아가셨다.
무슨 일로 이희재 선생님과 함께 있었는데 마침 부고 소식을 듣고
선생님을 따라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엔 만화계 선배들이 여럿 오셨다.
작품을 통해 알고 있는 분들이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는데 뿔테안경을 쓴 한 남자가 들어왔다.
로보트킹의 작가 고유성 선생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오셨다고 한다.
허영만 선생과 김철호 선생 만화에 익살스럽게 등장하시곤 하던
고유성 선생.
만화 속 캐릭터와 많이 닮아 있었다.
솔직히 조금 커서는 고유성 선생의 만화를 제대로 본 것이 없다.
슬적 슬적 넘겨보는게 전부였다.
다만 지금와 보면 sf 만화임에도 서정성이 느껴져 좋다.
뭔가 아련한 느낌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로보트 킹 이미지들을 보면 이걸 어떻게 그렸을까 싶다.
표현력이 대단하다.
기회가 되면 로보트킹 전집을 사서 봐야겠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
아래는 2005년 어떤 단체 전시회에 냈던 그림.
 
2023.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