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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영화 감독, 남의 떡이 커보인다.

by 만선생~ 2024. 4. 4.
 
영화 감독
 
선배네 집에 놀라갔더니 영화 감독이란 사람이 와 있어 인사를 했다.
들으니 입봉을 못한 감독이었다.
단편 영화는 몇 편 만들었으나 장편 영화는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입봉이란 업계 용어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거는 것을 말한다.
소설가 지망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비 출판이 아닌 이윤을 목적으로
일반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는 게 것이 꿈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인들에게는 자신이 연출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걸어보는 것이 꿈이다.
입봉을 해야 비로소 영화 감독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다고 했다.
자동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만화가가 부럽다고 했다.
제작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작품을 그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는 것이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제작자를 만나지 못하면
크랭크 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한 숨이 나왔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이 딱 맞았다.
영화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만화를 그리려 해도 돈이 든다.
취재 답사도 다녀야하고 월세도 내야 한다.
작업실이 아닌 집에서 작업을 한다해도 돈은 든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면 대출 이자를 내야하고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도 내야 한다.
식료품을 사는데도 적지않은 돈이 든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돈이다.
돈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나갈 수가 없다.
만화를 그린다해도 발표를 하지 못하면 수익이 없다.
그렇게 리스크를 감수하며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 캐스팅에서부터 소품으로 쓰이는 작은 물건들까지 만화가는
일일이 그림으로 그려야 한다.
너무 너무 힘든 일이다.
엄청난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거꾸로 나는 영화 감독이 부러웠다.
영화 감독이 일일이 무대를 설치하고 소품을 만들지는 않으니 말이다.
스탭들이 그 일을 한다.
그리하여 제작비만 마련이 되면 크랭크인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채 1년이
안돼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
그에 비해 만화 한 편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비교 불가다.
거기다 어시 없이 혼자하는 경우엔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몇년씩 걸리는 것이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것은 어쩔 수없다.
하지만 만화를 일주일만 그려보면
만화가가 부럽다는 얘긴 쏙 들어갈테다.
노동 강도가 가장 센 예술 장르가 만화임을 온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를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듯 만화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다.
만화는 다른 모든 재능을 제처두고
장시간 노동을 견딜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그 점을 아직 입봉을 하지 못한 영화 감독에게
말하고 싶었으나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어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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