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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재일교포 3세 여자와

by 만선생~ 2024. 6. 5.
홋카이도 여행 중 동석한 여자는 두 다리를 뻗어 차유리 앞으로 걸쳤다.
한결 편해보였다.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말이없다.
그리고 가볍게 코를 골았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코고는 소릴 자장가 삼아 끝도 없는 어둠 속을 질주했다.
신기한게 일본은 속도 단속이 거의 없었다.
대신 정지선에 대해선 엄격했다.
나는 운전 중 피곤할 때 차를 세우고 좌석을 뒤로 눕히며 쉰다.
그리고 다리를 차유리 앞으로 올려놓는다.
한결 편하다.
피가 잘통해서인 것 같다.
거실에서도 탁자에 다리를 걸치고 누우면 그리 편할 수 없다.
재일교포 3세 여자와 한동안 통화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
이성의 감정이 거의 없는 오빠 동생 사이였다.
여자는 여느 재일교포와 달리 한국말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하였다.
덕분에 나는 재일교포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여자는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느닷없이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다시 소식을 끊었다.
현명한 태도다.
남편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오늘 불현듯 재일교포 3세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홋카이도 여행 중 동석한 여자가 다리를 차유리 앞으로 걸쳤단 얘기를
했더니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예의가 없는 거란다.
자기가 아는 한 재일교포 여자가 남자친구 차를 타고가다 다리를
올려놓았다더라.
이를 누군가 우연히 보고 소문이 돌았다.
상종하지 못할 여자라고.
나는 그 얘길 들으며 교포사회가 의외로 보수적이구나 싶었다.
어느 한편으론 한국 사회의 전통이 더 잘남아 있기도 하다.
일본 왕실에 백제시대 의상이 그대로 전해 내려오듯 말이다.
나는 동석한 여자가 예의 없단 생각을 전혀하지 않는다.
그만큼 친밀한 사이라 가능한 행동이다.
처음 만난 여자가 조수석에서 발을 차유리로 올린다면 나는 되려
거침없는 그녀의 행동을 칭찬해 줄 것이다.
그나저나 재일교포 3세와는 통화만 했을 뿐 만난 적이 없어 아쉽다.
그녀는 내가 울트라맨을 모은다고 하자 울트라맨 세 개를 사서
항공우편으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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