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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삽화가 정용연

by 만선생~ 2024. 6. 5.
 
삽화가 정용연
5월31일 북콘서트를 앞두고 재단 측에서 한글 파일로 프로필을 정리해 보내달란다.
하여 프로필을 쓰는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삽화가로서 경력을 써야하는지 쓰지 말아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제까지 책을 내면서 작가 소개란에 한 번도 삽화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내삶의 본령은 삽화가 아닌 만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얄궂게 만화가로서 경력을 쓰려니 분량이 너무 적다.
발표한 작품이 이렇게 적단 말인가?
한심한 생각에 삽화가로서 경력도 써넣었다.
역시 많지않다.
단 네권...
내가 그린 동화책 삽화의 전부다.
한 때는 삽화를 그려 먹고살아볼까 생각했으나 삽화가로서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날고기는 삽화가들이 넘쳤다.
무엇보다 일이 재미가 없었다.
삽화는 글에 부속되었다.
글을 꾸며주는 역할이었다.
표지엔 글작가와 함께 삽화가의 이름이 똑같은
크기로 인쇄가 되지만 작가의말은 글작가만 썼다.
내가 본 그 어느 동화책에도 삽화가가 작가의말을
쓴 걸 본적이 없다.
사실 그렇다.
그저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렸을 뿐이다.
그러니 내 책이란 의식도 약하다.
어쨌든 학습지 삽화를 그려 월세 보증금을 마련했었고 동화책 삽화를 그려 가까스로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교과서 삽화를 그려 떠 한 번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서 밥을 마련해 준 고마운 도구.
프로필을 쓰며 삽화가로서 보냈던 시간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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