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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정치

조국이란 사람

by 만선생~ 2024. 7. 14.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박재동 선생님 소개로 한겨레신문에 릴레이 만화를
연재했었다.
한 컷짜리 만화인데 많으면 한달에 세번 적으면 두번 실렸고 고료는 매달 10일경
정산해 받았다.
작은 지면이지만 중앙일간지에 작품을 연재한다는 것에 뿌듯했고 고정수입이
있어 좋았다.
2010년 10월엔 존재감도 미약한 나를 신문사에서 불러주었다.
필진의밤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
지면으로만 만나던 유명필자들을 직접 가까이 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하였다.
경품으로 한홍구 교수가 쓴 대한민국 한세트와 조지오웰의 "나는
왜쓰는가"를 받았다.
그 때 조국 서울대 교수가 강연을 했다.
저사람은 뭐길래 이 자리에서 강연을 하나 좀 의아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인물이
참 좋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칼럼이 너무나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잘생겼지만 재미없는 그렇지만 엘리트로 잘먹고 잘사는 사람.
그에 관한 내 인상의 전부다.
나는 몰랐다.
그가 10년뒤 어마어마한 고난을 겪게될 줄은.
죄가 있다면 엘리트로 잘먹고 잘살아가는 사람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 기득권의 최고 정점에 있는 집단이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이는 누구라도 처참한 결과를 맞는다.
전직 대통령을 벼랑끝으로 내몰아 목숨을 빼앗고 전직총리에겐 없던 죄를 만들어
감방에 가둔다.
검찰에 희생된 이들을 들라면 한도 끝도 없다.
과거 정권의 하부조직으로 온갖 못된 짓을 다하던 국정원 대신 검찰이 이를 떠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것도 권위주의 정권이 아닌 만주정권에서.
이처럼 악마화된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선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조국은 온몸을 던져 검찰개혁의 제물이 되었다.
덕분에 검찰의 기득권은 다소나마 약화되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분리로 검사도 죄가 있으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아직도 멀지만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
진보주의자 조국은 자신이 누리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성찰은 다소 부족했
것으로 보인다.
법을 어기진 않았지만 조국의 자녀들은 을로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이를 깊이 성찰한다고 했다.
그가 살아온 여정을 보건데 거짓이 아닌 진심이라 믿는다.
멸문지화에 이르는 고통 속에서도 조국전장관의 언행은 극도로 절제돼 있다.
범인인 나로선 흉내조차 낼 수없을 것같다.
그를 볼 때마다 고결하다는 낱말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20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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