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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by 만선생~ 2024. 8. 22.
 
 
 
 
인생이란 예기치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아무리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다하여도 한번 쯤 폭풍이 일어 궤도에서 벗어난다.
아니 벗어나고파 한다.
전주는 내가 늘 동경하던 도시였다.
전기도 안들어오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여름에도 응달진 길을 걷고 싶었다.
진흙에 빠질 일 없는 보도블럭 위를 걷고 싶었다.
그 곳엔 세련된 옷차림의 소녀들이 하얀 얼굴로 나를 보며 웃을 터였다.
하지만 도시는 어림 내겐 너무나 멀었다.
가는 방법을 몰랐다.
관형이 형은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종사촌이다.
형이 여름방학을 맞아 우리집에 내려왔을 때 난 놀랐다.
말씨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저게 서울말이로구나.
하루는 형이 아버지 자전거로 날 전주에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점촌을 지나 이서면까지 갔을까?
폐달을 밟던 형은 힘들어 더이상 못가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렇게 전주행은 무산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믿기지 않게도 그날은 전주로 나가 수업을 하였다.
야외학습인데 문화연필 공장을 둘러보고 전북신문사에 인쇄과정을 지켜보았다.
동물원도 갔다.
맹수들이 좁디 좁은 우리에 갇혀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동물들이 불쌍했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그해 우리집은 별안간 서울로 이사를 왔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치가 전주인데 그보다 무려 스무배 이상 큰 서울특별시민이 된 것이다.
안동출신 여자와 사귄적 있다.
컴퓨터도 잘 못하고 자동차운전도 미숙한 내가 답답해 보였는지 시골사람이라
그렇다는 말을 한다.
왜냐면 김제가 고향임을 언제나 내세웠기때문이다.
"이 거 왜그러셔.
나 초중고교를 다 서울에서 다닌사람이야.
거기에 비해 안동은 촌이잖아."
여자 친구는 내가 서울사람이란 것에 깜짝놀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촌스러워?"
나는 서울에서 서울특별시민으로 계속 살아갈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어쩌다 인천에 사는 사람이 방값이 싸니 인천으로 이사와 사는 건 어떻냐고
말하면 손사래를 쳤다.
서울을 벗어나 인천에서 사는 건 낙오를 의미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서울에 남아 있어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경기도 화성에서 살게 되었고 오산에서 10년넘게
살았다.
그리고 별안간 의정부로 이사를 결심했다.
의정부엔 여자친구가 살고 있었고 북한산 국립공원의 막내산인 사패산이 있었다.
회자정리라.
길지않은 인연끝에 여자친구는 서울로 이사를 갔고별다른 연고없이 이사온 난 의정부에
계속 살고 있다.
베란다 너머 사패산이 보이는 집에서.
그래서 나는 책말미에 작가의 말 쓸 때마다 꼭 이렇게 쓴다.
 
모년 모월 모일 북한산국립공원 사패산 아래에서
정용연

20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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