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작업할 때도 운전 중에도.
라디오를 듣고 있으면 정신이 없고 반복되는 일상을 또 한 번 확인해주는 것 같아서 싫다.
(라디오는 일상과 너무 가까운 매체다)
특히 연예인들의 신변잡담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감정에 와닿지 않는 노래를 일방적으로 듣는 것 역시 고문이다.
세월을 거슬러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난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별이 빛나는 밤에 따위의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난 라디오광이었다.
집에 티브이가 없어 날마다 라디오 연속극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내가 좋아했던 라디오 연속극은 <제 3차 세계대전>
<삼국지>등이었는데 특히 좋아했던 건 <인물현대사>였다.
역사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원 장승업 편과 평양갑부 백선행 편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마 역사인물에 대한 관심은 그 때 처음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다.
TV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라디오 연속극 역시 시작 전
시그널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
<인물현대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때 시그널 아니 주제음악을 부른 게 조용필이었다.
노래가사는 이렇게 시작해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보았지~ 그 때 그순간을~
이제는 말하리라~이제는 말하리라~
구름은 흘러가고 역사는 남는 것~
아~~~ 시련의 그 세월 뒤돌아보며~~~
으음~~~ 어찌 잊으리~~~ 내일위한 영광~~~
기억하리라~ 그 때 그 사람을~
역사는 기록하리~역사는 기록하리~
비바람은 불어도 사연은 남는 것~
아아아~~~~영욕의 그세월~~~ 뒤돌아보며~~~
내일은 보리라 조국의 영광~~~
언제나 흥얼거리던 그 노래.
그 노래를 MP3를 통해 다시 듣고 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노래.
이쯤에서 나는 가사를 살짝 바꿔 불러야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는 남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남는 것이라고~~~
201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