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오래 전 수원대 이주향 교수의 에세이를 읽은 적 있다.
재밌게는 읽었는데 생각나는 내용이 없다.
꼭 이주향 교수의 책이 아니더라도 대개의 책은 읽고나면 다 잊어먹는다.
이런 책을 읽어지란 기억밖에 없다.
다만 생각나는 내용이 하나 있다.
목성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태양과 같은 항성이 됐을 거란 이야기다.
우주를 말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비유로서 말한 것이다.
이후 나는 태양이 되지 못한 목성의 처지를 동정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율 1% 차이로 두 번이나 진 이회창도 생각나고 베를린
올림픽에서 출전하여 동메달을 획득한 남승룡 선수도 생각났다.
마이크 타이슨과 대등하게 싸웠으면서도 판정패한 선수도 괘를 같이 한다.
단 1. 2점 뒤졌을 뿐인데 타이슨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다.
실력은 있으나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대중의 기억 속에 사라져간 사람들.
이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테다.
살면서 나를 매혹시켰던 사진 가운데 하나는 고등학교
시절 과학실에서 바라보았던 천체 사진이다.
우주가 더 없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저 광활한 우주를 탐험할 수만 있다면...
천제 사진을 바라본 뒤 펼쳐진 일상은 시시하고 또 시시할 뿐이었다.
집과 학교 사이를 오가는 생활이 일년 365일 계속 되었다.
사람의 관심은 시시 때때로 변한다.
한동안은 정치에 빠져있기도 하고 한동안은 서양 역사에 빠져 검색에 검색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돌고 돌아 요 며칠 사이는 우주에 빠져 살았다.
유튜브로 우주에 관한 방송을 보는게 낙이었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태양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들 크기와 거리 비교한 방송이었다.
특히 태양계 행성들의 맏형인 목성이 내 눈길을 끌었다.
크기는 지구 지름의 11배.
부피는 지구의 1300배 질량은 300배가 넘는다고 한다.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 위성 네개.
유로파, 이오, 가니메데, 칼리스토는 크기가 달과 비슷하였다.
목성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목성이 축구공이라면 지구는 골프공도 안되었다.
이렇게 큰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위성이라는 게 안타까웠다.
목성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태양과 같은 항성이 되었을텐데...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주향 교수의 말은 틀렸다.
목성이 항성이 되려면 지금 목성보다 80배가 더 무거워야 한단다.
조금만 더 컸다면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문학적 비유라면 할말이 없지만 80배를 조금만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태양은 얼마나 큰 것인가?
상상이 안간다.
그 태양조차도 은하로 나가면 자그만 항성에 지나지 않는다니 우주의 크기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우리 인간은 그 큰 우주에서 하나의 작은 점으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 것도 아주 짧은 시간을...
목성을 검색하다 아름다운 사진을 하나 발견하였다.
2007년. 미 항공우주국(NASA)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으로 가던 중 목성을
근접 비행하며 찍은 거란다.
위성인 이오의 모습이 절묘하게 잡혔다.
이오와 목성과의 거리는 421,800km.
지구와 달사이의 거리보다 조금 더 멀다.
조금이란 게 몇만킬로미터로 자동차로 몇만 킬로를 달리려면 얼마를 달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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