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덥수룩해 집을 나섰다.
늘 가던 곳이 문을 닫아 동네를 한 바퀴 휘 돌아본다.
언젠가 한 번 들렀던 미용실이 눈에 들어왔다.
뉴욕헤어다.
세계 제 1의 도시 뉴욕.
금융으로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패션은 유행을 선도한다.
브로드웨이에서 펼쳐지는 공연문화 또한 세계 정상이다.
한국인들 대부분은 뉴욕을 동경한다.
설사 반미주의자라 할지라도 적국의 심장을 쏘는 기분으로 한번 쯤 가보고
싶어 하리라.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비로소 승리할 수
있지 않다던가.
언젠가 만난 여자도 섹스 앤 더 시티란 드라마를 보면서 뉴요커의 삶을 동경했었다.
나 역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며 뉴욕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뉴욕에 가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엠파이어 스테이드 빌딩에 올라 뉴욕시내를 관망하고 센트럴파크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 깊은 숲을 보는 것
그리고 포토맥강가에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것 따위 말이다.
조선시대 이땅의 지식인들이 동지사로 북경을 가보는 것만큼 내게도 뉴욕은 감동과
흥분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기독교인인지 성경책을 열심히 읽고 있던 미용실 아줌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나이도 오십대 중반은 돼 보여 이성의 감정이 생겨나지 않았다.
몇 평 안되는 공간에서 하루종일 머리 손질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리라.
아줌마에게 뉴욕은 어떤 도시일까?
아무 생각없이 상호를 짓진 않을텐데 뉴욕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걸까?
나는 아줌마가 뉴욕이란 도시에 가봤는지 궁금했다.
“혹시 뉴욕에 가보셨나요?”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이렇게 묻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를 깎은 뒤 아줌마는 내가 늘 가던 미용실과 달리 머리를 감겨주었다.
그러고도 가격은 만원으로 똑같았다.
뉴욕이란 화려한 도시와 서울변두리 도시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아줌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가봤 건 가보지 않았 건 뉴욕은 아줌마에게 이루고자 하는 꿈의 이름이란 걸.
그 것은 내가 만화가로서 이루고자 하는 꿈과도 맞닿아 있었다.
202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