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바로 효과가 나는 일들이 있다.
설겆이 도배 구두닦기 손세차...
이런일들은 처음 손을 잡기가 그렇지 일단 손을잡고 나면 머리가 상쾌해진다.
단순노동이 주는 즐거움이다.
고향 김제에 내려가 외할머니와 아버지 산소 풀을 베었다.
낫날이 무뎌 풀이 잘 베어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낫을 갈았다.
곧 날은 예리해졌지만 낫이 가벼워 힘을 느낄 수 없었다.
나무가지를 내리치면 나무가지가 잘리는 게 아니라 낫이 부러질 것 같다.
조선낫을 사지 않은게 후회됐다.
삼사천원 아끼려고 왜낫을 산게 문제다.
유선형의 조선낫은 몸통이 굵어 힘이 실린다.
그에 반해 90도로 각이진 왜낫은 몸통이 얇아 가볍다.
효용을 따져봐서도 그렇고 정서상으로도 조선낫을 사는 게 맞았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다.
싸다고 덥석 사면 곧 후회를 하고야만다.
그럼에도 생활이 곤궁한 사람들은 주머니돈을 아끼기 위해 비지떡을 택한다.
나의 선택도 그렇다.
품질이 떨어지는 줄 뻔히 알면서도 비지떡을 찾는다.
낫도 비지떡
숫돌도 비지떡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 산 물건 잘써야지.
날을 벼리었으니 풀도 잘 베어지겠지.
그런데 당당 써먹질 못하겠네.
외할머니 산소와 아버지 산소가 워낙 멀어서.
그래 오늘은 밀린 설거지나 해야겠다.
2017.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