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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by 만선생~ 2024. 9. 26.
 
 
“못... 아니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문득 돌아가신 코메디언 이주일 선생을 흉내 내 본다.
믿기지 않지만 일 년에 한 번쯤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잘 생겨 보이기도 한다,
특히 어두운 조명 속에서.
하지만 나머지 364일은 왜 그리 못 생겨 보이는지 모르겠다.
왜 나는 미남의 대명사인 리처드 기어나 브래드 피트처럼 생기지 않은 걸까?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을 원망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성형을 꿈꾸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성형을 하지 않은 건 먼저 얼굴에 칼대는 것이 두렵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에 손 댄 사람들을 보면 그 용기에 경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성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몇 달치 월급을 통째로 바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엄숙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 얼굴은 아무리 뜯어봐도 잘 생긴 구석이 없다.
눈은 작고 코는 뭉툭하다.
치열도 고르지 않다.
얼굴도 둥글어 마치 눈오는 날 눈사람 같다.
헤어스타일도 멋지지 않다.
그런데 희한하게 이 못생긴 것들이 한데 모였는데 그리 흉하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귀엽단 느낌을 준다.
물론 지금은 살이 쪄서 그런 느낌이 사라졌지만 예전엔 그렇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남자 40이면 얼굴에 책임지란 말이 있다.
얼굴에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는 거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과 봉사하며 살아온 사람의 얼굴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일 분 일초를 다투며 살아온 사람과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의
얼굴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얼굴은 어떤가?
여자들 만큼은 아니어도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이다.
이따금 나르시즘에 빠지기도 하지만 터질 것 같은 볼 살 때문에 늘 고민이다.
얼굴이 커 보이고 둔해 보인다.
먹는 걸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하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게 안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기 위해 그 무서운 형벌을 견디는데 나는 너무나 손쉽게
정크 푸드에 손을 뻗는다.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마구마구 먹어 제낀 다음 퍼져 잔다.
아... 이 의지 없음이여...
암튼 이 가을.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201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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