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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과한 친절

by 만선생~ 2024. 9. 8.
 
과한 친절


90년대 일본에 간 사람들이 한결같이 놀라는 건 일본 사람들의 친절함이었다.
손님이 와도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하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일본 사람들은 온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았다.
너무나도 친절해 미안할 지경이었다.
내가 일본에 처음 간 것은 99년이다.
나 역시 일본 사람들의 친절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하는 는 느낌이었다.
일본사람에겐 본심인 혼네와 바깥으로 드러내는 다테마에가
완전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친절함이 싫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나역시 퉁명스러운 사람보다는 살가운 사람이 좋다.
그 것이 비록 가식일 지언정.
나는 때때로 한글 워드프로세스를 이용해 글을 쓴다.
악필인 나로선 글씨로부터 해방시켜준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바로 한글 워드다.
뿐만 아니라 수정과 편집을 자유로이 할 수 있으니 이런 도구를
놔두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을테다.
한글 워드를 이용해 글을 최대한 많이 쓸수록 남는 장사인 것이다.
정말이지 21세기 과학 기술 문명이 이뤄낸 꽃 중 꽃이다.
한글 워드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는 맞춤법을 잡아 내는 것이다.
맞춤법에 약한 나로선 정말이지 편리한 기능이다.
그런데 그 기능이 너무나 훌륭한게 문제가 된다.
친절이 지나친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이야기 하며 '국민학교'라 쓰면 저절로 '초등학교'라 바뀐다.
국민학교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식 표현으로 우리가 과거 많이 사용했던 '테레비'를 쓰면 '텔레비젼'으로 전환이 된다.
느낌을 살리려면 '테리비'라 써야만하는데 텔레비전으로 바꿔버리니 영 맛이 안난다.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할 수없이 국 민 학 교, 또는 테 레 비라 띄어 쓴다.
제 아무리 잘 설계된 기계라 할지라도 이 것만큼은 막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썼는데 페친이신 정인철 선생님과 이문영 선생님이
한글 워드 도구로 들어가 '빠른 교정'을 해제하면 된다고 알려 주시네요.
덕분에 국민학교라 쓰면 초등학교로 변환되지 않고 국민학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분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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