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

백성민 선생님

by 만선생~ 2023. 11. 28.
 
1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처음으로 백성민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사모님께선 토마토 쥬스를 내오셨다.
직접 갈아만든 쥬스였다.
콜라나 사이다처럼 시원하지 않고 껄죽한 맛이 별로였다.
닝닝하다고 해야하나?
세월이 흘러 어쩌다 맛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면 그날 먹었던 토마토쥬스가 생각난다.
콜라나 사이다같은 청량감은 없지만 최고의 영양식이었다.
앞으론 탄산음료보다 보이차나 직접 갈아만든 토마토 쥬스를 마셔야겠단 생각을 한다.
 
2
선생님께선 크리스찬이시다.
어쩌다 댁에 놀러가면 십자가와 함께 예수상이 벽 한 면에 걸려 있었고 탁자엔
성경책이 놓여 있었다.
일요일엔 빠지지 않고 교회에 가신다고 하였다.
교회에 너무 깊이 빠져 작품을 못하게 된 친구 이야기를 하시면서 선생님은 역사만화가이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조선시대가 무대다.
조선시대를 무대로 그리다보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직업이 있는데 바로 중이다.
선생님 만화엔 수많은 중들이 등장한다.
도력높은 고승부터 색과 재물을 탐하는 중들이 화면마다 가득차있다.
크리스찬인 선생님은 불법을 설파하는 중들의 모습을 그리며 마음의 갈등이 일지 않았을까?
하루는 선생님께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 목사를 찾아가 물으셨다고 한다.
크리스찬으로서 절과 중을 그려도 되냐고.
목사는 상관없다고 했단다.
그로부터 중을 그리며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선생님은 제자인 내게 한 번도 교회에 나가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다행한 일이다.
말씀 중에 어쩌다 당신의 신앙관을 살짝 꺼내보이시기도 했는데 나는 못들은체 했다.
그 누가 말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은 읽다만 성경전서와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을 조금씩 읽었다.
둘 다 하품이 나왔다.

'만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오라 용연아  (1) 2023.11.30
만화 콘티  (0) 2023.11.29
나는 정말 만화를 그리고 싶은 걸까?  (0) 2023.11.27
사랑  (0) 2023.11.27
스스로 모델이 되다  (1) 202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