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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동네 여자들

by 만선생~ 2023. 12. 22.
 
우리 동네에 눈길이 가는 여자들이 있다.
먼저 치킨집 아줌마.
예쁘장한 얼굴에 몸매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아줌마도 자기 몸매가 좋다는 걸 알아서인지 항상 몸매가 잘 드러나는 바지 차림이다.
남편은 항상 주방에서 치킨을 굽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하루종일 절단된 동물 사체를 만지며 산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해야될 일이지만 그닥 하고싶은 일은 아니다.
혹 모르지.
돈버는 재미가 쏠쏠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치킨이 먹고싶어 치킨집을 찾으면 아줌마는 똑같은 인삿말을 한다.
"오랫만에 오셨네요. "
왜 자주 안오냐고 나무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사다.
오랫만에 보게되어 반갑다는 말을 내가 곡해하는
것인가?
아무튼 미모의 여성과 결혼한 남자는 득의만만할테다.
동네 식자재 마트엔 여느 마트와 마찬가지로 여자들이 계산원으로 일한다.
대부분 가정주부로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싶어 일하는 것일테다.
일이 힘들고 임금도 많지 않아서인지 계산원들 얼굴이 자주 바뀐다.
몇달 전부터 눈길이 가는 계산원 한 명이 있다.
나이는 40 정도 됐을까?
까만 피부에 생머리를 뒤로 묶고 있는데 인상이 좀 세보인다.
그렇다고 불량스러운 것은 아니다.
겁먹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나서줄 것 같은 센언니 스타일이다.
동료들과 나누는 말투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동네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거란 생각 뿐이다.
그런데 오늘 계산를 하다 뜻하지 않게 그녀의 이름표를 보았다.
**정.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알게 된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기계적으로 쿠폰번호와 이름을 물을 뿐이었다.
영수증을 내줄 때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난 그저 수없이 많은 손님 가운데 하나였다.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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