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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여성의 골반

by 만선생~ 2024. 1. 24.

여성의 신체부위 중 여성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골반이지 싶다.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골반을 보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언젠가 가수 최OO씨가 화성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한 적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나의 눈은 한 곳에 고정돼 있었다.
그녀의 골반이었다.
여성의 가슴과 목덜미 그리고 팔꿈치도 눈을 사로잡지만
골반에 미치진 못한다.
골반은 생명을 품는 곳.
아마도 유전자를 퍼트리고 싶은 나의 본능이 골반으로 눈길을 향하게
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말하지 않던가!
자고로 여자는 엉덩이가 커야 애를 쑥쑥 잘 낳는다고.
사람을 쉽게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이지만 여자를 그리기는 더 어렵다.
특히 섹시한 여자는 더 그렇다.
어쩌다 맘먹고 섹시한 여자를 그렸다 싶으면 듣는 소리가 “어째 니 그림은
전혀 섹시하지 않다“였다.
그래서일까?
여자를 섹시하게 그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지금 역시 여성성이 드러난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는다.
조선시대를 무대로 한 만화를 그리다보니 가슴은 물론 골반을 그릴
기회가 전혀 없다.
조선 여인들의 패션을 보라.
가슴도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골반은 치마에 꽁꽁 숨겨져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이렇게 억압했던 사회가 또 있을까 싶다.
다행히 현대 여성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맘껏 드러낸다.
여름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과 마주치면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오늘 파일을 정리하다보니 생각지도 않는 그림이 나온다.
장바구니를 든 여인.
예전에 생활만화를 그리기 위해 잡아둔 캐릭터인데 새롭다.
내가 그린 그림이 맞나 싶어서 말이다.
비웃을테지만 이 그림을 그리면서 성적 흥분을 느꼈더랬다.
가슴 선과 골반을 스케치할 때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남들 보기엔 참 무덤덤한 그림일텐데 말이다.
페친 중에 한 분은 ‘여자 잘 그리는 법’이란 강좌를 열었다.
얼핏보니 지원자가 많은 것 같았다.
섹시하기 그지없는 페친의 여자그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강좌를 신청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저렇게 여자를 섹시하게 잘 그렸으면...
하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낸 작가로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201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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