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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석수어 石首魚

by 만선생~ 2024. 2. 4.
 
 
석수어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 좋은게 있다.
명절 때마다 위탁업체에서 선물을 보내오는 거다.
덕분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대표를 그만둔 뒤엔 선물을 보내오는 곳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사회적 위상이 낮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잘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직장이라도 다니면 명절 날 선물세트를 받을텐데 다들 알다시피 난 무명의
프리랜서다.
유명 작가라면 몰라도 무명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게 출판사로부터 굴비 선물을 받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영광굴비다.
자료 조사차 책을 읽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단지 계약을 했
다는 이유로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조기를 후라이판에 구우니 노릇노릇 익어 입맛을 더한다.
살을 발라 먹은 뒤 머리를 씹자 와자작 하며 돌이 씹힌다.
실은 돌이 아닌 뼈다.
머리에 돌처럼 단단한 뼈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조기를 석수어라고도 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도 석수어라 표기돼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석수어'란 제목의 만화를 그리며 알게 된 사실이다.
재작년엔 영광 법성포에 가보기도 했다.
어머니 기일을 맞아 제삿상에 꼭 올리고 싶은 조기.
석수어는 조선시대 조기가 어떻게 유통됐는지를 보여주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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