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64 김제 원평 취회 원평 취회 열두살 때 떠나온 고향 김제엔 아는 사람이 없었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버지 산소만 있을 뿐이었다.고향에 내려가도 만날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허했다.뜨내기와 다를 바 없었다.그러다 김제 원평 집강소를 알게 되었다.140년 전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동학 농민 혁명을 기념하는 곳이다.나는 오며 가며 집강소에 들렀다.그리고 마음 속으로 동학도들이 외우던 주문을 외웠다.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93년 4월 원평에선 취회가 열렸다.1만여 명의 동학도들이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은 수운 선생의 억울함을풀어달라 간청하였다.합법적으로 동학을 믿게 해달란 요구가 한 달간 원평장터를 달구었다.집강소 지킴이이신 최고원 선생이 말했다.오늘의 원평 취회는 140년 전 원평장터의 뜨.. 2024. 4. 20. 불곡산 그리고 현호색 해마다 이맘 때면 꼭 보아야할 것이 현호색이다. 내내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자니 조바심이 났다. 현호색을 못보고 봄이 지나가면 어쩔까 하는.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양주 불곡산 백화암으로 향했다. 절 입구 약수터에 푸른빛이 도는 현호색이 보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러운게 아니다.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적거리다 때를 놓쳐 현호색을 못보고 지나가가버리면 얼마나 아쉬울 것인가! 약수터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다. 문득 불곡산을 오르고 싶어졌다. 그래 내친김에 한번 가보자. 예정에 없던 산행.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진달래가 지천이었다. 진달래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머지않아 꽃이 다 질 것을 알기에 더 그랬다. 정상으로 가는 산능선엔 몇개의 고구려 보루가 있다.. 2024. 4. 20. 외할머니 산소에서 김제 원평 취회로 집강소에서 하룻밤 자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 김제황산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황산엔 사위인 아버지가 잠들어 있다. 얼마 전 아버지 산소에 들렸었기에 이 곳 먼저 들렀다. 출가외인. 시집을 가면 집안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사이엔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집을 나가 생사를 모른다. 딸들은 시집을 가 두 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문중에선 묘만 관리할 뿐이다. 명당이 후손을 발복케한다고 믿는 큰형은 친가만 챙기고 외가는 챙기지 않는다. 부계만 조상으로 여긴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아들없이 세상을 떠나 서럽다. 누구나 다먹는 제삿밥을 드시지 못하는 거다. 결국 나라도 챙겨야겠다 싶어 김제에 내려오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 2024. 4. 15. 장례식장에서 후배와 나눈 대화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 갔는데 조문을 온 한 후배가 그런다."영길이가 그러는데 형 잘 나간다며?""내가? 글쎄. 근근이 밥먹고 살아가는 정도지.그게 잘 나가는 건가?아... 얼마 전 책이 나오긴 했다.""책이 나왔는가?""응. 그래 말나온 김에 한 권 사주라""아이고. 내가 인터넷으로 사는 방법을 몰라서...한 번도 안사봤 거든.이 참에 한 번 사볼라요"후배의 말에 한 숨이 나왔다.술 먹을 돈은 있었어도 책 살 돈은 없었구나.그러니 나이 50이 넘어서도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없는게지.40대 중반에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던 처지를 잊고 후배에게한 마디 하고야 만다."책사는데 돈 아까워하면 안돼.가성비가 가장 좋은 게 책이거든.난 아무리 어려워도 한달에 10만원 이상은 산다.많이 사면 20만원이.. 2024. 4. 15. 고유성 로보트킹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이웃마을 하랭이에 같은 반 친구 정식네 집에 갔더니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와 별책부록이 있었다. 교과서 외엔 책이란 걸 거의 본적이 없는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별책부록에 실린 로보트킹이란 만화는 눈을 뗄레야 뗄 수 없었다. 이제까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검은 색 로보트가 페이지마다 가득하였다. 세상에 세상에... 나는 별책부록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로보트를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했다. 차마 빌려달란 말을 못하였다. 그렇게 정식이네 집을 나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2014년 최고봉이란 캐릭터로 월간 잡지 보물섬에 작품을 오래동안 연재하셨던 김영하 선생이 돌아가셨다. 무슨 일로 이희재 선생님과 함께 있었는데 마침 부고 소식을 듣고 선생님을 따라 .. 2024. 4. 13. 선생님들께 책을 드립니다. 책이 나오면 잊지 않고 챙겨드리는 분들이 있다. 백성민 이희재 박재동 안세희 김광성, 이 다섯 분이다. 내 만화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분들이기 때문이다. 안세희 선생님은 고등학생 시절 찾아가 만난 내 인생 첫 만화가시고 백성민 선생님은 내가 1년 넘게 문하생으로 있었던 스승님이시고 박재동 선생님은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있던 내게 자존감을 갖게 해주신 선생님이시고 이희재 선생님은 가장 많이 만나고 통화도 종종 하는 그래서 가장 의지가 되는 선생님이시고 김광성 선생님은 그림에 눈을 뜨게 해주신 선생님 으로 그나마 내가 이만큼이라도 활동하고 있는 건 이분들 덕이 아닐까 싶다. 만약 오세영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잊지 않고 챙겨 드렸을 거다. 어제 우체국에에서 박재동 선생님께 전화를 해 주소를 물으니.. 2024. 4. 12. 전설의 기타리스트 일주일 전 쯤 후배들과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우리집에서 하룻밤 잤다. 2019년 중국 답사를 하며 친해진 김현민 작가는 방에 있는 기타를 발견하고 연주를 시작하였다. 솜씨가 상당했다. 내가 아스트리아스(전설)를 칠 수 있냐고 묻자 현민이 깜짝 놀란다. "형 아스트리아스를 알아요? 오~ 대단하네~ 음악 마니아야" 놀란 건 나였다. 아니 그게 뭐 놀랄 일인가? 상식이지. 하긴 나는 전설의 기타리스였다. 정 핸드릭스라고. 스물 다섯 살 강화도 어디에서 찍은 사진이다. 기타 솜씨는 상상에 맡긴다. 2023.4.11 2024. 4. 12. 22대 총선 결과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개헌이 가능한 200석을 넘을까 기대를 했건만 아니었다.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신 180석을 갖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지난 국회와는 좀 다를 거란 기대를 갖는다. 6선 의원 추미애가 국회의장이 된다면 굥을 향한 공격도 한층 매서워지리라. 나라를 망국으로 몰고가는 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굥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게 그나마 나라를 위하는 거다. 하면 할 수록 나라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국회가 가진 힘을 총동원하여 굥을 무력화 해 나라를 구하자. 22대 국회의 사명이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허리를 졸라가며 그대들에게 활동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2024. 4. 11. 간좌 艮座 간좌 艮座 할아버지 산소에 상석을 세운다하여 없는 살림에 30만원을 내었다. 상석값만 100만원이고 이런저런 비용을 모두 합해 250만원이 들었다 한다. 아버지 자식들과 작은 아버지 자식들이 나누어 돈을 내었다. 상석을 세우는 날 묘소에 가봐야 하나 일때문에 가보질 못했다. 대신 작은형이 보내온 사진을 보았다. 제사를 지낼 때 제물을 올려놓는 상석(床石). 상석 앞면엔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이 써있고 옆면엔 아버지를 비롯한 자녀들과 배우자 이름이 쓰여 있다. 열다섯살 세상을 떠난 고모 이름도 있다. 學生 羅州 鄭公 光述 配 蔚山 金氏 賢淑 之墓 艮座 학생 나주 정공 광술 배 울산 김씨 현숙 지묘 간좌 나는 오른 쪽 끝에 艮座간좌라는 작은 글씨가 낯설었다. 배우자의 왼쪽을 뜻하는 부좌(祔左)는 많이 봤어도 .. 2024. 4. 11. 이전 1 ··· 299 300 301 302 303 304 305 ··· 3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