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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지장보살

by 만선생~ 2024. 10. 18.
지장보살
 
99년 오토바이로 전국 여행 중 담양 금성산에 있는 연동사란 절에서 열흘정도
생활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절이었는데 고려시대 석불과 3층탑이 인상깊었다.
오랫동안 폐사되었던 절을 담양 출신인 원행스님이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었다.
당시 스님 나이가 삼십대 후반.
밑으로 나이 사십이 넘은 행자 한 분이 있었고 다른 절 스님들이 오며 하며 하였다.
여행자인 나는 명목상 행자 노릇을 하며 잡일을 거들었다.
하지만 일머리가 없어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자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었다.
스님의 권유에 따라 중노릇을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속세에 대한 욕망을
누를 길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땡중이라 일컬어도 수행자는 수행자였다.
두 분은 새벽이면 석불 앞에 나가 예불을 드렸다.
나도 두 번인가 졸린 눈을 비비며 두 분을 따라 예불을 드렸는데 말할 수 없는
감명을 받았다.
새벽 어슴프레한 빛과 함께 드러난 부처님의 모습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거기다 스님의 독경소리는 한 없이 경건했다.
정말이지 낮엔 그리 볼품없어 보이던 석불이
석굴암 본존불보다도 더 고귀하고 잘생겨 보였다.
기독교에서 유일신 하나님은 오로지 한 분인 것과 달리 불교에서 부처님은 여럿이다.
아닌게 아니라 나도 깨닫는 순간 부처가 될 수 있으니 부처가 여럿인게 하나도
이상한 게 아니다.
그래서 절에가면 모시는 부처님이 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고려말 때 지장신앙이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연동사는 그 때 세워진 절로 지장보살을 모시었다.
석불은 당연 지장보살이다.
이승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모두 구원하지 않고는 극락에 가지 않겠다는 분.
나는 집으로 돌아와 지장보살을 몇 장 그려보았다.
포토샵을 배우면서는 채색을 해보았다.
두 세장 그린게 다지만 나는 색깔에 빠져 들었다.
계속 하다보면 좀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관심은 이내 시들고 생활전선에 나서야만 했다.
2018년은 지장보살을 새롭게 만난 해다.
일본 여행을 하며 마을 어귀에 있는 오지죠상을 여럿 본 것이다.
오지죠상은 지장보살을 가리키는 말로
어린 아이가 무사히 자라달라고 비는 민간신앙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굳이 찾자면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하다.
한 유적지에 갔더니 오지죠상 인형을 팔고 있어 사왔다.
만약 열아홉살로 돌아가 대학입시 준비를 한다면 동국대 불교미술과에 원서를
내보겠다.
나는 절에 갈 때마다 불교미술에 매혹당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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