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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만화 일당백

by 만선생~ 2024. 7. 16.

 
2,000년 무렵 도서대여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당백"이란 만화가 있다.
학원 액션의 원조격이라 할 수있는 작품이다.
작가 이름은 곽원일.
90년대 말 후배 대지를 따라 합정동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 잠깐 간적이 있는데 작가는
문하생들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워낙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 나보다 몇살 위라 생각했다.
그 뒤 나는 곽원일이란 작가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나와는 아무 접점이 없었다.
그러다 몇년 전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소식을 접했다.
그는 놀랍게도 목회자가 되어 한 방송에서 일본인 아내와 신앙간증을 하고 있었다.
나는 무신론자로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를 아주 싫어했기 때문에 친구 신청 따위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그는 나를 전혀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자각이 왔다.
내가 너무 편협한게 아닌가 하는.
종교를 떠나 같은 만화인이었다.
나는 친구 신청을 했고 그는 친구 신청을 수락했다.
3년 전 나는 가는 김에 그의 교회를 찾아갔다.
나는 교회를 무척 싫어했지만 같은 만화인으로서 만나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얘길 하다보니 동갑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동갑은 아무리 높은 벽도 무너뜨릴 수 있는 마법의 주문 같은 거다.
단지 동갑이란 이유로 만나자마자 말을 놓는게 한국 사회다.
나는 도서대여점에서 제목으로만 봐왔던 일당백을 인터넷 중고서점을 통해 구입해
모두 읽었다.
평가하자면 액션 만화의 정수를 따르는 작품이었다.
스피드를 아주 표현하였다.
특히 배경 그림에 감탄했다.
여느 일본 만화에 전혀 뒤지지 않을만큼 배경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문하생들에게 비싼 스크린톤을 아끼없이 쓰게 하였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르지만 작가로서
곽원일을 인정하게 되었다.
들으니 도서대여점에서 권당 2만 5천권이 나갔다고 한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없는 엄청난 숫자다.
가히 낙양의 지가를 올린 것이었다.
저같은 기세로 계속 나갔다면 빌딩도 올릴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펜을 놓았다.
나는 존재하지않는다고 믿는 그 하나님 말이다.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와 난 친구가 되었다.
종교를 빼고선 죽이 잘 맞는다.
이삼일에 한번은 통화를 한다.
그러는 사이 기독교에 반감도 많이 줄었다.
심지어 출판사 의뢰로 문익환 목사 스토리를 쓰고 있다.
종교,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질 일은 없겠지만 문익환 목사를 존경하는 것만큼 곽원일
작가를 신뢰한다.
그는 나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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