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577

교토 마루야마 공원 교토 마루야마 공원 어린 시절 밀폐된 공간을 좋아해 옷장 속에 들어가곤 했다. 옷장 뿐 아니라 책상 밑으로도 들어갔다. 구석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그렇게 편하고 좋았다. 아마도 원시시대 방어기제가 DNA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도 눈에 안 띄는 곳! 그 곳은 적들로부터 안전하니까. 지금도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종종 사방이 막혀있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몇 년 전 일본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다. 유명 관광지인 기온의 야사카신사八坂神社를 둘러 보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안내판을 보니 마루야마(円山)공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숲 속 길. 그 안에 들어앉은 일본 전통가옥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천년의 수도 교토'라는 수식어.. 2024. 3. 23.
앤서니 조슈아 앤서니 조슈아 내가 7박8일간 지방을 다녀오는동안 생각지도 않은 일이 있었다. 전 프로복싱 헤비급 통합 챔피언인 앤서니 죠수아와 전 UFC챔피언인 프란시스 은가누와의 대결이 있었던 거다. 지난해 은가누는 무패의 전 헤비급 통합챔피언인 타이슨 퓨리와 프로복싱 데뷔전을 치뤘는데 대등한 경기를 벌여 화제를 모았다. 아니 한차례 다운까지 시켰으니 경우에 따라선 은가누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복싱의 자존심 때문인지 심판진은 전원 퓨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랬던 은가누였기 때문에 죠수아와의 경기는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죠수아로서도 힘든 경기가 될 터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은가누는 죠슈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1라운드에 다운 한번을 당하고 2라운드엔 두번의 다운을 당했다. 두번째.. 2024. 3. 23.
금주성 태평방 1945년 2월. 만주 이민을 떠난 우리가족이 터를 잡은 곳은 금주성 태평방이란 곳이었다. 중국인 지주에 땅을 빌어 논농사를 지었는데 모내기 대신 땅에 직접 씨앗을 뿌리는 직파를 하였다고 한다. 논은 소대신 말이 갈았다. 두 마리의 말이 쟁기를 끌었다. 땅이 얼마나 넓은지 끝도 없었다고 한다. 식량은 일제로부터 배급 받았다. 일본군 트럭을 타고 한시간 쯤 가면 조양에 닿았다. 이곳은 고구려의 주요거점이었고 발해를 멸한 요나라 수도였다. 물론 괴뢰국가인 만주국의 주요도시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요나라의 가장 큰 유적인 전탑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는 더이상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나도 애써 물으려하지 않았다. 3권까지 출간된 정가네소사의 내용이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4. 3. 22.
간절함 간절함 작가에게 독서는 필요 조건이긴해도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닌 것같다. 주위에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 문학부터 사회과학까지 내 독서량과는 비교가 안되었다. 독서량에 비례해 말들도 참 잘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나는 왜 이거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감에 어깨가 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들 중 만화 작가로 자리를 잡은 이들은 하나도 없다. 아니 데뷔조차 못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 지는 모른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잘 살 수도 있고 한 세상 좁다하며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창작 일선에 서 있지 않다는 거다. 독서. 중요하다. 책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게 되고 알지 못했던 걸 .. 2024. 3. 22.
기억력 기억력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란 나무가 있다.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식물, 그러니까 공룡시대 자랐던 나무다. 친척 여동생으로부터 이 나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참 낯설었다. 그리스어 메타와 인디언말 세콰이어를 합친 말이라는데 아무리 외우려해도 외워지지가 않았다. 돌아서면 바로 까먹고 말았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잊기를 잘하니 나의 지능이 의심스러웠다.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던 것도 환경 탓이라기보다 지능탓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라도에 가면 흙이 붉다. 1894년 동학농민군은 정읍 황토현에서 관군과 맞서 크게 승리하였고 이후 동학농민혁명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김지하 시인의 황토란 시집도 인상깊다. 그 붉은 흙을 라테라이트laterite 라 한다. 흙.. 2024. 3. 22.
군훈련소 때 일이다. 어느날 사타구니가 견딜 수 없이 가려웠다. 이게 병공통 과목서 배운 옴이란 건가? 옴은 무서운 병이었다. 두드러기가 온몸으로 번질 뿐 아니라 전염 된다고 한다. 그날 잠자리에 드는데 천길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로 인해 내무반원 전체가 옴에 감염되는구나. 이튿날 고민끝에 조교에게 사타구니를 보여주며 옴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아냐 임마" "예?" "옴은 내가 알아. 의무대에 가 약이나 바르고 와" 의무대로 가 군의관에게 사타구니를 보여주었다. 습진이란다. 처방전으로 준 약을 바르니 언제 나았는지도 모르게 나았다. 코로나 19에 감염되면 어떤 기분일까? 나 자신이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나로인해 다른 이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괴로울 거 같다. 중세 유럽을 집어.. 2024. 3. 22.
블라보스톡 여행 1 (푸니쿨라) 탈것은 사람을 매혹시킨다. 수레 자전거 모터사이클 자동차 기차 케이블카 열기구... 블라디보스톡 여행 닷새째 '푸니쿨라'라는 기차를 탔다. 금각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수리전망대에서 푸시킨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다. 운행구간 180미터. 10분(?) 간격으로 경사면을 오르내린다. 작동원리는 모르지만 두대의 기차가 선로 중간 쯤에서 교차하며 오르내리는게 참 신기하다. 한번은 윤선생님을 따라 엉겹결에 탔다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닐 때 다시 탔다. 요금은 200루블. 우리돈으로 400원쯤 하는데 승무원이 중년여인이다. 한국손님을 많이 대해서인지 500루블을 내자 우리말로 백루블 이백루블 삼백루블 하며 거슬러 준다. 나름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은 일자리라 생각되었다. 윤선생님 말에 따르면 러시아에 단 두대.. 2024. 3. 22.
가족 관계 상세 증명서 울 엄니 기준으로 된 가족관계상세증명서란 걸 뗐더니 외할머니 이름이 오씨라고만 나온다. 외할아버지 이름은 올라와 있는데 이게 뭔가 싶다. 외할머니 이름은 오연하다. 김제 부안 연동이란 곳에서 시집을 오셔 연동댁이라 불렸다. 동생 이름은 오수갑으로 해방 전에는 면서기를 했고 해방이 된 뒤에는 익산역에서 어떤 직책을 맡아 일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결혼을 하고 먹고살게 없자 어머니 외삼촌인 오수갑을 찾아가 일자리 좀 알아달라 했더니 모른 채 했다는 것이다. 자연 외삼촌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았다. 그래 할 수 없이 의무병 경력을 살려 무면허의사 노릇을 했다. 워낙 의료 인프라가 안돼 있던 때라 찾는 이가 많았다. 돈을 제법 벌어 동네에서 유일하게 일산 자전거를 타고다녔다. 아버지 전성시대였다. 2023.3.20 2024. 3. 22.
출판 사고 출판 사고 스승인 백** 선생의 책 "상*하*"엔 큰 결함이 있다. 페이지가 앞뒤로 뒤섞여 있는 거다. 책를 읽다보면 이게 뭐지 하며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뒤에 있을 내용이 앞에 와있고 앞에 있는 내용이 뒤에 가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출판사가 결단을 해야한다. 책을 전량 수거한 뒤 다시 찍는 거다. 하지만 출판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작가인 백** 선생도 굳이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냥 혀를 끌끌 찼을 뿐이다. 만약 수만권씩 팔려나가는 유명 작가라도 책을 수거하지 않고 그대로 냈을까?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4월5일 출간이 예정돼 있는 "1592진주성"도 그와 버금가는 사고가 날 뻔했다. 뒤에 있는 페이지가 앞에 와있고 그 자리에 있는 페이지는 뒤로 밀려있다. 이 걸 3차 교정지에서 작.. 2024.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