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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수 큰형수 설날 식구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느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올 해도 아버지가 화제에 올랐다. 어머니와 형들 입을 통해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 번에도 고구마 백개를 삼킨듯한 답답함이 명치끝에 올라 가슴을 쳐야했다. 어쩌자고 그랬을까? 울 아버지는... 작년 추석에 무너졌던 억장이 또다시 무너졌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 않았다. 눈물이 안나왔다. 형들과 누나 동생도 안울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식구들 중 유일하게 울어준 사람이 큰형수님이예요." 그랬다. 아버지가 무덤에 묻힌뒤 큰형수는 무엇이 그리 슬픈지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어린 나이 결혼해 나보다 한 살 어린 형수였다. 형수는 무던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 아버지가 그렇게 .. 2024. 2. 15.
신영복 선생 병풍 글씨 2012년.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무슨 일로 갔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휴머니스트를 다시 가게 되었다. 신축 사옥을 보며 돈을 벌긴 벌었구나 싶었다. 들으니 박시백의 이 300만권 넘게 팔렸다고 했다. 초대박이었다. 작가 인세도 인세지만 출판사 수입이 엄청났을테다. 출판인들이 바라마지 않는 일을 휴머니스트는 해낸 것이었다. 신축 사옥은 개방형이었다. 1층 2층 3층이 완전 뚫려있고 4층은 대표실이었다. 계단을 오르면 개개인의 활동이 한 눈에 다 보였다. 일하는 도중 절대 딴짓을 못하게 돼 있는 구조다. 대표실에 왜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건 신영복 선생이 쓴 글씨 병풍이다. 춘향전 내용이 여섯폭에 빼곡하였다. 그 유명한 신영복 선생의 글씨를 여기서 보다니.. 2024. 2. 8.
붕어빵 붕어빵 어제 산책을 하며 붕어빵을 사먹었는데 세개 2,000원이었다. 하나는 700원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제 붕어빵조차 사먹는 것이 겁난다. 정말이지 가볍기 그지없는 서민의 주머니다. 그마저도 비워내야할 판이다. 하지만 민생을 책임져야할 나랏님께선 태평하기 그지없다. 권력놀음을 하느라 하루해가 어떻게 갔는지를 모른다. 뉴스를 보니 특별사면이란 이름으로 가진자들의 죄를 모두 사해주고 있다. 없는 자들에겐 그토록 엄격하던 법의 잣대가 가진자들에겐 한없이 너그럽다. 상위 1%에게는 정말이지 살기 좋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어려운 가운데서 즐거운 사람은 즐겁다. 붕어빵이 나오길 기다리며 웃고있는 청춘남녀가 참 보기 좋았다. 마음이 풋풋하다. 그리고 어느해 월간 작은책에.. 2024. 2. 8.
나와 닮은꼴 배우 임원희 작년 발달장애인 웹툰수업 때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임원희 닮으셨어요." "그래?" "네" 의외였다. 그가 나온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나와 닮았단 생각을 안했는데... 어느날 단톡방에서 후배 작가와 닮은 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더러 임원희와 닮았다는 것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 그러고보니 어딘가 닮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란게 그렇다.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니 알게모르게 마음이 간다. 사실 임원희 배우는 유승범 감독의 저예산 영화 "악인이여 지옥행 열차를 타라" 이후 주연을 한 번도 맡지 못했다. 조연으로 활동도 왕성하지 못한 거 같다. 얼굴을 보인다 해도 개성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해진, 김상호, 김인권 급은 아니다. 그렇다고 잠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언제가.. 2024. 2. 6.
도련님의 시대 도련님의 시대 세키가와 나쓰오가 쓰고 다니구치 지로가 그린 "도련님의 시대" 3권은 이시카와 다쿠보쿠에 대한 이야기다. 이시가와 다쿠보쿠가 누군가? 나도 만화를 보기 전까진 몰랐다. 우리가 김소월과 윤동주를 사랑하듯 다쿠보쿠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라 한다. 만화는 지로 특유의 필치로 아주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한 컷 한 컷 쉽게 넘길 수가 없다. 만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이 드는 건 판형의 작음이다. 판형을 좀 더 크게 해 축소비율이 적었으면 보기가 훨씬 좋겠단 생각을 한다. 밀도가 적은 원고는 축소를 많이해 짜임새있게 하고 밀도가 높은 원고는 축소를 적게해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다니구치 지로의 원고는 후자다. 바라건대 다니구치 지로의 책은 잡지 판형으로 냈으면 좋겠다. 메이지 시.. 2024. 2. 6.
동물의 왕국 6 동물의 왕국 6 장항준 감독의 영화 "불어라 봄바람" 에서 여자 주인공 화정은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고 했다. 맞다. 동물의 왕국은 화정같은 다방레지도 즐겨보고 가방끈이 긴 대학 교수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빈부귀천은 물론 남녀노소도 없다. 심지어 권력의 정점에 서있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고 했다. 이유가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물론 나역시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 배신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즐거움으로 계속 시청중이다. 1 표범은 치타와 함께 세렝게티 초원의 중간 포식자다. 같은 고양이과 맹수로서 사자보다 덩치가 훨씬 작다. 그래서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찍히기도 한다. 맹수가 맹수에게 잡아 먹히는 그야말로 정글의 세계다. 워낙 힘의 .. 2024. 2. 4.
동물의 왕국 5 동물의 왕국 5 하루 중 2~30분은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재밌어 보고 또 본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감상을 쓰곤 하는데 어느덧 다섯편째가 되었다. 1 세렝게티 초원. 영양 한마리가 아프리카 들개인 리카온 세마리에게 쫓기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 영양에겐 잡아먹힐 일만 남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영양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강이었다. 영양은 지체없이 강물에 뛰어들었다. 모르긴몰라도 영양이 헤엄은 훨씬 더 잘 칠 것 같았다. 리카온은 강물에 뛰어들지 못하고 닭쫓던 개처럼 강가를 맴돌았다. 거대한 악어가 물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양으로선 늑대를 피하려다 사자를 만난 격이었다. 다리를 물린 영양은 이내 강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2 지상에서 가.. 2024. 2. 4.
용정 답사 용정 답사 동료 작가가 체게바라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 쿠바와 아르헨티나 답사를 하지 못한 것에 마음이 짠했다. 아무리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해도 시간과 경비를 들여 그 곳을 다녀오는 것은 쉽지 않다. 답사 비용이 원고료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만화가는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지만 생활인이기도 하다. 더구나 부양해야하는 가족이 있다면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나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은 사전 답사를 원칙으로 한다. "목호의 난"에선 제주도, "진주성"에선 진주, "의병장희순" 에선 춘천, 제천과 만주를 돌았다. 하지만 "친정가는길"은 안타깝게도 작품의 무대가 되는 황해도와 평안도를 가볼 수 없었다. 비록 미완성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친정가는 길"을 읽게된다면 눈씨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할 것 .. 2024. 2. 4.
석수어 石首魚 석수어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 좋은게 있다. 명절 때마다 위탁업체에서 선물을 보내오는 거다. 덕분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대표를 그만둔 뒤엔 선물을 보내오는 곳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사회적 위상이 낮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잘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직장이라도 다니면 명절 날 선물세트를 받을텐데 다들 알다시피 난 무명의 프리랜서다. 유명 작가라면 몰라도 무명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게 출판사로부터 굴비 선물을 받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영광굴비다. 자료 조사차 책을 읽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단지 계약을 했 다는 이유로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조기를 후라이판에 구우니 노릇노릇 익어 입맛을 더한다. 살을 발라 먹은 뒤 머.. 2024.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