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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추념일에 4.3 추념일에 서있는 자리가 사람을 결정한다고 한다. "목호의 난 1374 제주"란 책을 냈지만 제주에서 살고 있지 않으니 제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다. 제주 관련 책들을 미친듯이 읽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읽지를 않는다. 그저 책장에 꽂혀있을 뿐이다. 그래도 제주는 늘 가보고싶은 곳이다. 미처 오르지 못했던 오름을 오르고 싶고 습지를 찾아 떠나고 싶다. 백록담도 한 번 더 오르고 싶다. 비록 정착해 살지는 못하더라도 요새 유행하는 한달살이란 걸 해보고 싶다. 제주는 아름답지만 한 편으론 슬픈 곳이다. 섬 전체가 학살터다. 미군이 진주한 이래 수도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외지에서 온 이들은 제주도민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짐승이라도 그렇게 죽이진 않을 것이었다. 4.3은 그래서 아프다. 2003.. 2024. 4. 4.
글쓰기 글쓰기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그림을 잘그리기로 유명한 어느 작가 책을 검색해보았다. 책 정보 아래 이런 글이 올라온다. 작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어릴 적 저는 너무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거의 없던 유년 시절 이었습니다. " 글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주술 관계가 이상해서다. 어릴 적이라 했는데 유년시절이 또 들어가 있다. 더하여 비슷한 성격의 '너무'란 말과 '거의' 가 한 문장에 쓰이고 있다. 군더더기라 말할 수밖에 없다. 한번 고쳐보자. "어릴 적 저는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쳐보자. "어린 시절 저는 소심하여 친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어지는 글 속에서도 주술관계가 어긋난 비문이 더러 발견되었다. 출판사에 전화를 해 글을 내리라 하고 싶었.. 2024. 4. 4.
강화도 여행- 딸기책방 강화도에 새로 문을 연 책방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딸기책방입니다. 책방 주인은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이었던 위원석님으로 찻집과 출판을 겸한다고 합니다. 멀티플렉스라 하나요? 한 공간 안에서 문화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 말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딸기책방이 그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주인장과의 인연은 정가네소사로부터 시작합니다. 서랍 속에 잠자던 정가네소사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준 분이지요. 무크지 작업도 함께 했었고요.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강화도는 아주 매력적인 섬입니다.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문화유산이 도처에 있으니까요. 그 가운데 강화의 중심은 관청리입니다. 고려조정은 몽골의 압박을 피해 30년간 이 곳을 수도로 삼았습니다. 궁궐을 세웠고 행정을 운용할 수 있는 관.. 2024. 4. 2.
의정부 경전철 맥없이(쓸데없이의 전라도 말) 경전철을 탔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다. 차창너머로 의정부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의정부는 산중 도시다. 수락산 사패산 천보산이 시내를 둘러싸고 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산을 오를 수 있다. 산에서 바라본 의정부는 아파트 천지다. 농사짓던 땅이 빌딩으로 변했다. 그야말로 경천동지다. 인구는 계속 늘어 30만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근대 이전으로 치면 메트로폴리스다. 의정부 시내를 가로지르는 경전철은 적자투성이였다. 낮엔 한 량에 겨우 두어 사람 탈 뿐이었다. 몇년 전엔 파산을 선언했는데 아직까지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같은 분위기라면 이내 곧 흑자로 돌아설듯 하다. 오늘 보니 경전철은 자기부상 열차다. 바퀴없이 달린다. 오며 가는 열차 안에서 책을 읽.. 2024. 4. 2.
권샘 책장 정리를 하다가 "세습사회"란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교사이신 심규한 선생의 사회 비평 에세이집이다. 덕분에 어쩔 수없이 또 권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책의 여는글을 권샘이 썼기 때문이다. 심규한 선생이 권샘에게 서문을 부탁해 썼다고 한다. 분량은 일곱 쪽. 남의 책에 쓴 서문치고는 제법 길다. 어쩌면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 한데 읽다보면 절로 빠져든다. 한 사람의 결이 온전히 느껴진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않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이 참 좋다. 지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와 위기철 선생이 쓴 아홉살 인생의 앞부분 그리고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온달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해 여러번 읽었다. 마찬가지로 권샘이 쓴 "세습사회"의 여는글도 한 번을 더 .. 2024. 3. 29.
첫 협업 첫 협업 2018년 일본에 살던 권샘이 내게 자신이 쓴 스토리라며 짧은 글을 보내왔다. 냄새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좀 밋밋했다. 만화로 그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답을 하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그런데 보낸 사람 입장은 다르다. 답을 기다리는데 꿩꿔먹은 소식이니 답답했을 것이다. 어느날 권샘이 내게 서운한 소리를 하였다. 나는 아차 싶었다. 권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콘티를 짜보기로 하였다. 콘티는 건축으로 보면 설계도면 같은 것이기에 그닥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틀이나 삼일 혹 나흘 정도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권샘이 쓴 스토리를 보며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 다만 나혼자 보는 것이 아니기에 콘티를 좀 더 꼼꼼이 짰다. 거의 데셍에 준할 정도였다. 당시는 권숯돌이란 필명이 나오기 전이었다... 2024. 3. 29.
이희재 '나 어릴 적에' 이희재 '나 어릴 적에' 2009년 만화의 날 한국만화박물관 2층에서 이희재 선생님 전시회가 있었다. 전시는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오는 등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지자체 장이 온다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화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간 것 같아 뿌듯했다. 만화는 인쇄된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는 예술 장르다. 그림이지만 회화와 다르고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소설과는 다른 매체다. 굳이 가까운 예술 장르를 찾으라면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와는 또 다르다. 영화는 영사기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만화는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니 말이다. 만화가가 전시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왜냐면 전시는 화가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전시를 통해 자기를 알리고 그림을 판매한다. 만화가는 이.. 2024. 3. 29.
일본 만화가 나가야스 타쿠미(ながやす巧) https://www.youtube.com/watch?v=HYwrOSx28lk 만화가 나가야스 타쿠미(ながやす巧) 인터넷서 우연잖게 壬生義士傳이란 제목의 만화책 표지를 보았다. 사실적 화풍의 극화다. 그림이 아주 정성스러운데 구닥다리란 느낌을 준다. 크라잉 프리맨으로 유명한 이케가미료이치와 화풍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아마도 이케가미 료이치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작가의 이름은 나가야스타쿠미(ながやす巧) 49년생인데 검색을 해보니 낯이 익다. "닥터 구마히게"란 작품과 "사류라"라는 작품을 그렸다. 당대 최고의 만화 스토리 작가인 카지와라 잇키 (梶原一騎)와 고이케 가즈오 (小池一夫)와 협업을 해왔다. 카지와라 잇키와 협업한 "아이와 마코토"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壬生義士傳은 철도원으로 유명.. 2024. 3. 29.
안동웅부 安東雄府 안동웅부 安東雄府 안동은 공민왕과 관련한 역사유적이 여럿 있다. 홍건적을 피해 70여일 동안 피난을 와있었기 때문이다. 개혁 군주이기 전 뛰어난 예술가였던 공민왕은 글씨가 일품이었다. 안동 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명호천에 영호루란 누각이 있는데 밤에 가서 그런지 편액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 공민왕이 쓴 또 다른 글씨를 봤다. 국학진흥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을 통해서다. 글씨를 보는 순간 가슴이 웅혼해지는 걸 느꼈다.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민왕은 고려 그 자체였다. 공민왕의 운명이 고려의 운명이었다. 노국공주의 죽음과 더불어 개혁이 좌절되고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은 것이 안타까웠다. 난 "목호의난 1374 제주"란 작품을 통해 공.. 2024.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