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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 시장의 몰락 2000년대 초반. 잡지만화시장이 붕괴되고 학습만화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연재만화를 그리던 작가들도 너나없이 학습만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필두로 밀리언셀러가 심심찮게 나왔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만부에 대한 선인세를 지급하며 일을 진행했다. 최소 만부가 팔린다는 가정하에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몇몇 인기작가를 제외하고 만화가들의 형편이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인건비는 빠졌다. 둘러보면 학습만화를 그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에게도 학습만화 의뢰가 들어왔다. 제법 큰 프로젝트라 몪돈을 만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헛된 꿈이었다. 기획자가 양다리를 걸치며 나와 다른 다른작가를 저울질 하다 다른작가에게 의뢰 한 것이다. 사정이 이만저만해서 계약을 못하게 됐.. 2024. 4. 4.
마트료시카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 인형이 있고 인형 안에 인형이 또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들려면 엄청난 공력이 들어갈텐데 가격은 단 400루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다. 작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 도문의 기념품 가게에서 하나 살까했지만 그림이 조잡해 사지 않았었다. 그림이 조잡하기는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 어찌 하나같이 울긋불긋 정신없이 색을 칠했는지 사고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얼굴 표정도 너무 헤벌쭉하다. 하여 최대한 색이 절제돼 있는 인형을 고른다. 하나에 8000원. 하나만 사기 미안하여 두 개를 샀다. 2020.3.6 2024. 4. 4.
짜장면 집 가까이 사는 선배가 모처럼 쉬는날이라 하여 차를 타고 근교로 나갔다. 선배는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따금 선배와 함께 찾던 중국집을 다시 찾았다. 선배는 곱빼기를 시키고 나는 밥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보통을 시켰다. 선배는 양념을 많이 남긴 반면 나는 다진 고기를 샅샅이 찾아 다 먹었다. 계산은 내가 했다. 언제나 계산을 도맡아 하던 선배였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굳이 자기가 계산을 해야한다는 강박을 버린 거 같다. 나도 마음 편하다. 계산도 습관이다. 상대가 먼저 나서서 하면 애써 내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상대가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내가 한다. 친한 사람끼리 더치페이는 각박하다.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하는게 맞는 거 같다. 내일은 오랫만에 친구녀석을 만나는데 밥을 내가.. 2024. 4. 4.
영화 라파누이 태평양의 외로운 섬 라파누이. 영어로는 이스터 아일랜드라고 한다. 면적은 울릉도의 두배. 문명이 존재했으나 어느 순간 폐허가 되어 사라졌다. 외부 침략이 아닌 내부분열로 생존자 제로의 섬이 되었다. 라파누이도 지구상 나타난 여느 문명사회와 같은 길을 걸었다. 잉여생산물이 생김에 따라 권력이 등장한 것이다. 모아이라 불리는 거대석상은 권력의 상징이다 . 모아이가 크면 클수록 권력도 비례해 커진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권력자들은 백성들을 동원하여 모아이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무가 베어졌다. 석상을 옮기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가 필요했던 것이다. 설상 가상 섬은 두개의 부족이 한정된 자원을 두고 끊임없이 싸웠다. 싸움에서 이긴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이 영원하길 바라며 모아이를 .. 2024. 4. 4.
임진강 기행 임진강기행 주말이면 그녀와 어디를 갈까 고민이다. 의정부에서 하루동안 다녀올 수 있는 곳. 이번 주말엔 임진강을 가기로 한다. 한탄강과 임진강은 자주 다녔었지만 못가본 곳 역시 많기에... 혹 그곳이 강물에 접한 고구려성이라면 가고 싶은 마음은 이내 두배 세배가 된다. 그래도 하던 작업이 있어 한 시무렵이 돼서야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사주에 물기운을 많이 타고난 난 강물을 보는 것에 마음에 설레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쑥을 캘 것에 마음이 들떠있다. 집을 나선지 약 한시간 여. 임진강 장단교를 건너 논둑길을 따라 한 참동안 달리자 커다란 봉분같은 것이 보인다. 목적지인 호로고루성(瓠蘆古壘)이다. 일부구간만 남아있는 아주 작은 성. 성에 올라 임진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이 햇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 2024. 4. 4.
copyright copyright 책 첫 페이지 혹 마지막 페이지 정보란엔 카피라이트 copyright가 표기돼 있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국제공용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80년대엔 카피라이트 표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저자 인지를 붙여 책이 얼마만큼 팔리는지 알 수있게 하였다. 만약 3000권을 찍었다면 도장을 3000번 찍어야 했다. 책이 몇백권 정도 나가면 별 일 아니지만 몇만권 단위로 나가는 베스트셀러라면 중노동이다. 가족이 나서 도장을 찍어야한다. 행복에 겨운 비명이다. 출판사와 작가의 신뢰가 두터우면 인지 대신 '저자와의 협약으로 인지생략'이란 문구를 써넣는다. 그러함에도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판매부수를 속인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선 맘만 먹으면 도장 따윈 얼마든지 위.. 2024. 4. 4.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2003년 약 9년만에 만난 친척여동생은 내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뭐가 들었나 싶어 열어보니 책이 열 몇권 쯤 되었다. 자신이 읽은 책이라 했다. 읽은 책을 굳이 쌓아두지 않는 탓에 내게 주는 것이었다. 그 이전엔 "철학에세이" 같은 책을 줘 읽기도 하였다. 그날 집에 돌아와 책들을 들춰보았다. 딱히 관심가는 책은 없었다. 그래도 건넨 사람 성의를 생각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카터라는 인디언 핏줄을 이어받은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한데 흥미가 일지 않았다. 110 페이지 쯤 읽다가 책장을 덮었다. 그 책을 21년만에 펼쳐들었다. 페이지가 접힌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20페이지 쯤 읽다가 책장을 덮었다. 흥미가 일지 않았다. 세월이 .. 2024. 4. 4.
비화호 라인 비와호 라인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에 간 적이 있다.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바다처럼 넓은 호수다. 출발지는 교토역이다. 전철로 비와호라인을 따라 한시간 너머 달리면 아름다운 비와호 품에 안길 수 있다. 나는 오쓰역(大津)을 지나며 어딘지 낯이 익다 싶었다. 생각하니 해유록에 나와있는 역이었다. 해유록은 조선통신사 제술관인 신유한 선생이 쓴 일본 여행기다. 중국 여행기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가 있다면 일본 여행기엔 청천 신유한이 쓴 해유록이 있다. 1719년 조선 통신사 행렬은 교토를 지나 에도로 향한다. 그 길목에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화호가 있는 것이다. 오쓰에서 하룻밤 잔 통신사 일행은 구사쓰(草津)를 지난다. 400년 전 조선 통신사가 지나던 길을 지나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 2024. 4. 4.
다양성 만화 선정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성 만화에 선정됐네요. 덕분에 최소 연말까지는 밥을 굶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김제 원평 집강소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동록개를 알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 뿐 아니죠. 나라에서 주는 돈을 받아가며 만화를 그리게 됐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 번 작품은 작년 "약현"과 달리 계획을 잘세워 내년 초 출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간 기념회를 집강소에서 할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을테지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아쉽지만 '약현"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네요. 이제 전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리다 만 작품들을 완성해야만 하니까요. "백정 동록개"를 그리면 "약현"을 완성해야 하고 "약현"을 완성하면 역시 미완성인 .. 2024.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