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갈재
갈재는 정읍과 장성군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보통 장성 갈재라 한다.
정가네소사 순호당숙편에서 우리가족이 한국 전쟁 때 장성 갈재를 넘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 때 지문으로 1894년 동학도들이 넘던 고개라고 썼다.
하지만 책엔 1894년이 아닌 1994년으로 인쇄가 돼 화들짝 놀랐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쏠 때 어떤 종류위 권총인지 검증할만큼 꼼꼼한 편집자지만 엉뚱한
곳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장성 갈재란 지명을 처음 들은건 김남주 시집 "나의칼 나의피"에서다.
입상이란 시에 '장성 갈재 의병의 고개를 넘는다'란
표현이 있다.
어릴 때 사회과부도에선 전북과 전남을 가르는 산줄기를 노령산맥이라 했다.
이는 한말 일본의 지리학자인 고토분지로에 의한 분류체계로 실제 지형과 맞지가 않다.
눈으로 보이는 지형이 아닌 광물자원을 파악하기 위한 분류법이기 때문이다.
대신 조선의 지리학자인 여암 신경준의 산경도를 꺼내 놓고 보면 딱 맞아 떨어진다.
노령산맥이 아닌 호남정맥이다.
그렇게 해서 노령산맥은 잊혀진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채만식 소설 탁류를 읽는데 금강의 연원을 설명하며 갈재를 쓰고 있다.
장성 갈재다.
그리고 그 옆으로 노령(蘆嶺)을 병기하고 있다.
노령이 갈재인 건가?
대동여지도를 보니 갈재가 노령으로 표기돼 있다.
내친김에 옥편을 찾아보았다.
갈대노蘆 라고 한다.
갈대가 많아 갈재인 것이다.
그런데 갈대는 물가에 자라고 고개엔 억새가 자라지 않나?
모르겠다.
지금은 터널이 뚫려 고개길을 이용하지 않는다.
호남선 열차가 생기기 전까지 남도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했던 고개.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고개를 직접 찾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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