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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나주에서 1 펜션

by 만선생~ 2024. 3. 24.

 

 
 
나주에서 1
 
나주 성안에 있는 어느 집에서 하룻밤 잤다.
볕이 따뜻해 참 좋은 집이다.
들으니 칼럼니스트 조용헌씨가 하룻밤 자고 가기도 했단다.
잠을 자보면 그 집이 명당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
명당이라 말했다는 것이다.
조용헌씨가 그리 말했을 정도면 틀림없이 좋은 집일테다.
나는 조용헌씨가 쓴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그가 쓴 책들을 읽으며 나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저자를 열 명 들라면 조용헌씨가 그 안에 들어간다.
다만 현세적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에 대해선 경계를 하며 읽는다.
집주인은 공무원인데 말씀을 아주 잘하셨다.
내용이 아주 풍부하였다.
작가로서 충분히 귀담아들을만 하다.
한 가지 약점은 말씀이 너무 많다는 거다.
이 쯤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는데 말씀을 계속 이어 가시었다.
말을 끊으려해도 끊을 수가 없었다.
동료작가가 나와 말을 끊어줬으면 좋겠는데 동료작가는 피곤한지 잠을 계속 자고 있었다.
그렇게 두시간 이상 말씀을 들으니 정신이 혼미하였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말씀은 동료 작가가 눈을 뜨고 나오므로서 끝이 났다.
휴~
집주인이 차려준 밥은 아주 맛있었다.
명이나물과 묵은지가 입맛을 돋구었다.
식사 뒤 마시는 차도 일품이다.
꽃을 우려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따뜻한 볕아래 아궁이에 불을 지피니 마음이 그렇게 평안하고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뜰 안에 피어난 수선화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통째로 집으로
옮겨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주 어느 집에서 신세를 졌다.
덕분에 나주 정씨로서 정체성을 조금 더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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