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에 앞서
나 외엔 누구 하나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정치와 사회는 물론 티브이 드라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오로지 생존만이 목적이었다.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잠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외에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설사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라.
2000년 6월 15일 저녁.
일당벌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였다.
노란 불빛의 식당 간판이 보였고 평소엔 가지 않던 식당문을 열었다.
식당엔 손님이 나를 포함해 단 두 사람.
먼저 온 사람이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허름했다.
나도 티브이 화면을 보았다.
북한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만나 웃고 있었고 연이어 환호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무덤덤하게 티브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밥을 먹고 집에 들어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그 때 허름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남과 북이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좋네요.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이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통일도 곧 되겠죠?“
뜻밖의 말에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어디선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허름한 50대 남자에게서 발견한 통일에 대한 열망!
남북 정상이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합의했다는 사실보다 통일을 바라는 그 분의 마음이
내 가슴을 더 뜨겁게 했다.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이 이분과 같다면 통일은 멀지 않을 것이다.
한민족 한 나라!
하지만 모두 그분 마음같지는 않았나보다.
그로부터 1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통일에 한 발짝 다가가기는 커녕 남북은 갈등의 골이
깊을대로 깊어져 서로를 원수로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함께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은 파기된지 오래고 통일의 교두보
역할을 할 개성공단은 폐쇄되었다.
특히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은 통일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어떤 의미일까?
북한에 대한 혐오와 적개심만 더 커진 건 아닐까?
아니 통일에 대한 담론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통일 무용론이 대세가 되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남과 북.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또아리를 틀고 국민의 귀와 눈을 막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남북 평화와 교류. 그리고 점진적인 통일.
결국 정권 교채가 답이다.
2016.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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